▲ 최아영 '파도들의 이야기'
바다만큼 시심(詩心)을 자극하는 대상도 없다. 끝도 없이 펼쳐지는 푸른 바다와 저 멀리 아스라한 수평선은 신비롭고 경이로운 풍경과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일렁이는 파도는 심장을 뜨겁게 하고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물보라는 온갖 고뇌를 씻어낸 듯한 홀가분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광활한 바다 그림을 주로 그려온 서양화가 최아영씨(64)가 서울 잠원동 갤러리 우덕에서 생애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지난 1996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각종 단체전에 작품을 출품해왔지만 오로지 자신만의 작품으로 전시회를 꾸미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푸른 빛이 감도는 광활한 바다와 물결치는 파도, 햇빛에 반짝이는 물보라와 잔잔한 수평선 등을 화면 가득 담은 '바다 연가(戀歌)' 시리즈 30여점을 완성했다.
그의 바다 그림은 여행의 산물인 경우가 많다. 알래스카에 오랜 기간 머물 기회가 있었던 작가는 이번 전시에 알래스카의 사계를 담은 작품 4점을 내놨다. 수만년의 세월에 걸쳐 생성된 빙하와 태고적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알래스카의 바다는 그 계절만의 색깔을 간직한 채 파도치고 일렁인다.
그의 작품에는 노르웨이나 핀란드를 여행하면서 봤던 북구의 피오르드 이미지도 자주 등장한다. 두껍고 거친 질감으로 표현된 그곳의 바다는 오랫동안 진행된 시간의 침식과 퇴적을 알려주듯 묵중하고 견고하다. 바다의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붓 대신 오일파스텔과 스프레이 등을 이용한 그림들도 새롭고 흥미롭다.
작가는 왜 바다 그림을 그리냐고 묻자 "세상의 모든 번뇌와 복잡한 인간관계, 이런 것들을 부서지는 파도에 담아 날려버린다고 할까.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그런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바다 그림만 그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 서문을 쓴 미술평론가 서성록씨는 "작가는 바다를 신비롭고 경이로우며 우리에게 힘을 북돋워주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면서 "바다의 세세한 부분까지도 기억해 작품에 남기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평했다. 국무총리를 지낸 한덕수 한국무역협회장 부인인 최 작가는 서울대 미대 응용미술학과를 나와 대한민국 산업디자인 전람회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전시는 6일까지. (02)3449-6071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이 시간 핫클릭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