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하교 시간에 학교 주변을 순찰하고 범죄예방 강의나 체험활동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학교 폭력의 위험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을 가르치며 교통안전과 예절을 알려주는 경찰. 위급할 때 112신고 한 통으로 늦지 않게 시민안전을 담보해 줄 수 있는 경찰. 관내 성범죄자나 소아성애 범죄자 현황과 재범 가능성을 파악하고 지속적인 관찰을 통해 또 다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경찰….
국민이 바라는 경찰의 모습이다. 물론 경찰이 지향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그런데 현장이 문제다. 치안 예산은 갈수록 줄어들고 필요한 경찰관 증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학교 폭력의 경우 학생은 물론 학교 당국과의 치밀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어야 문제 해결도, 예방도 가능하다. 하지만 순찰과 전담업무, 예방 교육 등의 수요에 비해 경찰 인력은 절대 부족하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나 폭력에 대처하고 교육하는 것은 공동체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투자다.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국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와의 연계를 통해 이를 지역 치안의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문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인구가 늘어난 수도권의 경우 최소한의 치안 인력조차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범죄 억제력이나 수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폐쇄회로TV(CCTV) 예산조차 제대로 배정되지 못하는 점에 과학수사나 스마트 치안은 암담해진다.
10년이 넘는 긴 불황과 지진 같은 천재(天災)에 시달리며 사회안전망이 흔들리고 있는 일본과 비교해도 우리 경찰은 1인당 사건처리 업무 부담은 주취자 처리 7배, 집회 시위 12.5배, 고소·고발의 경우 66.7배 등으로 엄청난 치안 수요를 감당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도 미국은 경찰관 1인당 담당인구가 354명(프랑스 300명, 영국 380명, 호주 395명)인데 비해 우리는 501명으로 약 1.5배에 달할 정도로 치안 수요에 경찰 인력이 너무나 부족하다.
공공부문의 신뢰도가 높고 법질서 의식이 확고한 선진국가들조차 경제 불황기에는 되레 경찰관 고용을 늘리는 추세다. 치안 수요에 집중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사회불안이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70~1980년대 미국에서는 많은 지방정부의 단체장 선거 과정에 작은 정부와 감세를 공약으로 내걸며 당선돼 많은 수의 경찰 인력을 줄였다. 그러나 그 결과 1980년 중반부터 범죄율이 급증하자 연방정부가 나서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뒤늦게 '지역공동체 치안(community policing)'을 재건하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야 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사회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휩쓸고 간 다음 해인 2009년 경찰 10만명을 8년에 걸쳐 고용하는 경기부양 방안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일본도 경기불황기(2002∼2005년)에 경찰 1만명을 증원했다.
내가 속한 공동체를 자산가치로만 따지기보다 공동체의 안전과 질서를 확인하는 마음이 앞설 때 사회안전망이 형성된다. 치안 복지의 권리는 국민이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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