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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리어,호텔을 말하다] 조선호텔 중식당 홍연 정수주 주방장

[호텔리어,호텔을 말하다] 조선호텔 중식당 홍연 정수주 주방장

"홍연의 요리는 중국 요리의 선입견을 없애준다"(유명 레스토랑 가이드 '자갓 서베이')

광둥식 중국 요리를 현대식으로 바꿔 이 같은 호평을 이끌어 낸 이가 바로 조선호텔 홍연의 정수주 주방장(사진)이다.

정 주방장 요리의 특징은 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리되 기름을 적게 쓴 데 있다. 정 주방장은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단시간 센불에 조리하고 기름에 볶은 채소는 물에 한 번 데쳐 기름기를 확 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요리계가 인정한 중국 요리의 '명장'이기도 하다. 명장에 도전하기 위해선 큰 요리대회에서 금메달을 2번 이상을 받아야 하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는 지난 2010년 9월 광둥지역에서 열린 요리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국내 11번째로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처음부터 그의 꿈은 요리사는 아니었다. 인테리어 전문가를 꿈꾸던 19살 학생이던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러간 호텔 주방에서 진로를 바꿨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일본에 있는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시험을 봤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말썽쟁이였던 그가 일본에 가면 혹여 나쁜 길로 빠질까 우려한 그의 어머니는 합격 소식을 쉬쉬했다. 대신 합격 발표가 날 때까지 친구 아버지가 주방장으로 있던 롯데호텔 '도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라고 권했다. 그렇게 들어간 호텔 주방에서 그는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주방장이 식사를 끝내야 부주방장 등 다른 사람들이 식사를 할 정도로 당시 주방의 규율은 매우 엄격했다"면서 "하지만 그런 주방장이 멋있어 보였다"고 회상했다.

시간이 갈수록 요리도 재미 있어졌다. 화교 출신인 그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중국식당 '동성관'에서 중학교 때부터 양파까기 등 일을 도우며 중국 요리를 몸으로 익혔다. 그러나 호텔에서 배우는 것은 또 달랐다. 그는 "호텔을 방문하는 세계적인 셰프로부터 배우는 것부터 일식.양식 등의 다양한 데커레이션을 보는 일 등 새롭게 배우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런 그에게도 요리가 마냥 쉬운 길은 아니었다. 슬럼프가 3년 주기로 찾아왔다. 그때마다 선배들의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말에 버텼다. 그도 요리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주방에 들어와 1~2년 하다 그만두는 친구가 많다. 가능성 있는 후배들이 그만둘 땐 너무 안타깝다. 목표를 가지고 왔으면 끝까지 가봤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42살, 1970년생이 국내 특1급 호텔에서 주방장을 맡는 일은 드물다.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노력과 주변의 도움을 꼽았다. "조리팀장이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해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줬다. 요리대회에 나갈 때면 소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요즘 내년 1월 메뉴 개편을 앞두고 분주하다. 콩.버섯.건해삼 등을 활용한 새로운 메뉴 개발에 한창이다.
정 주방장은 "말린 버섯.해삼의 효능이 생물보다 몇 배 더 좋은데 한국에선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생선찜.고기찜에 콩소스를 넣는 등 콩요리를 많이 시도하고 있다. 고객들 대부분도 새로운 메뉴에 만족하고 있어 내년엔 전반적으로 바꿔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