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지면서도 계속해야 하는 사업이 있으며, 공사 인수는 국익과 공익 차원에서 생각해야 할 소명이다."
한진그룹 창업주 고 조중훈 회장이 지난 1968년 대한항공공사 인수를 반대한 임원들에게 한 말이다.
1968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청와대를 방문한 조중훈 회장은 부실덩어리였던 대한항공공사 인수 부탁을 받았다. 대한항공공사는 당시 동남아 11개국 항공사 중 꼴찌에 금융 부채만 당시 돈으로 27억원에 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중훈 회장은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달라는 정부의 요청을 수락했다. 국적기 사업을 국익과 공익의 차원에서 이끌어야 할 소명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남들이 가지 않는 수송 외길을 선택한 조중훈 회장의 '수송보국(輸送報國)'은 글로벌 수송 물류 시장을 선도하는 한진그룹의 경영철학이 됐다.
지난 1969년 3월 김포국제공항에서 열린 대한항공공사 인수식 장면.
■대(代)를 이어 '수송보국'
한진그룹이 세계 여타 기업과 달리 수송이라는 한 분야에서 굴지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고 조중훈 회장의 '수송보국' 창업이념을 계승해 지속적인 변화와 발전을 꾀한 조양호 회장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2월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조양호 회장은 한민족의 길을 열겠다는 선친의 '수송보국' 소명을 바탕으로 5대양 6대주의 하늘과 바다, 육지 길을 꾸준히 넓혀왔다.
조양호 회장은 최고수장에 오르자마자 '세계 항공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항공사'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어 세계 최고 명품 항공사로 도약하기 위해 유니폼 교체, 새로운 기업이미지(CI) 도입뿐 아니라 기내 시설·장비 업그레이드, 최첨단 A380·B787 항공기 도입 결정, 정보기술(IT)에 대한 과감한 투자, 글로벌 스탠더드 적용 등의 의사결정을 내렸다.
조양호 회장은 국가의 항공수송 경쟁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 델타항공과 에어프랑스, 아에로멕시코 등 각 대륙을 대표하는 항공사와 '스카이팀' 창설을 주도하기도 했다.
선친의 유훈을 계승 발전시키는 조양호 회장의 노력으로 한진그룹은 항공사업에서 전 세계 항공사 중에서 국제여객수송 부문 세계 14위, 국제화물수송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다. 올해만 베트남 다낭과 런던 개트윅, 케냐 나이로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와 제다를 잇는 노선에 직항편을 띄운 대한항공은 지속적으로 잠재시장을 발굴해 현재 124개 취항도시를 2019년까지 140개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해운사업에서는 컨테이너 부문에서 세계 9위를 지키고 있고 ㈜한진은 육상운송부문에서 글로벌 물류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대 이은 올림픽 유치
고 조중훈 회장의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사업 측면에서만 이어진 것은 아니다.
나라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부자가 뛰어든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올림픽 유치다.
1988년 개최된 서울올림픽과 오는 2018년 개최되는 평창동계올림픽은 30년의 세월이지만 한진그룹 2대(代)가 대를 이어 올림픽 유치에 공헌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조중훈 창업주는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를 위해 전세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의 표심 잡기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고 조양호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장으로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을 견인했다.
고 조중훈 회장은 IOC 위원을 대상으로 한 유치 활동에 대해 "세계와 한국을 연결하는 국적 항공사 대표로서 보이지 않게 민간 외교관의 몫을 수행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겼다"고 이야기 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양호 회장도 마찬가지로 아버지가 발로 뛰어 유치한 88올림픽이 국가 경제도약의 틀을 마련했다면, 2018년 동계올림픽은 우리나라가 경제 선진국, 스포츠 선진국에 들어서는 전환점을 마련한다는 일념으로 '국가의 심부름 꾼' 역할을 하기 위해 유치위원장을 수락한 이후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조양호 회장은 이외에도 국가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프랑스 루브르박물관과 영국 대영박물관, 러시아 에르미타주 등 세계 3대 박물관 한국어 안내서비스, 중국 쿠부치, 몽골 바가노르구 지역 등 사막화 방지를 위한 나무심기를 통한 황사방지 활동, 세계 재해지역에 구호물품 긴급 수송 등 글로벌 수송기업으로서 특성에 맞는 사회공헌 활동으로 국가에 보답하고 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자산 37조원, 연간 매출액 24조원에 국내 재계 순위 12위를 차지하는 거대한 종합물류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국가에 대해 봉사하는 정신으로 수송 외길을 지켜온 창업주 고 조중훈 회장의 기업가 정신이 그룹의 경영이념으로 투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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