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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통 협궤열차 ‘추억 나들이 코스’

재개통 협궤열차 ‘추억 나들이 코스’

지난 1995년 폐선된 수인선 협궤열차를 타본 이는 많지 않다. 코레일이 17년 만인 지난 6월 인천 송도에서 경기 오이도에 이르는 구간을 복선 전철로 전환해 재개통했다. 아울러 코레일은 인천시, 경기 시흥시, 경기관광공사, 인천도시공사 등과 함께 '협궤열차 추억 나들이 코스'를 개발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협궤열차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가 소래포구역과 월곶역에서 시작하는 나들이 코스를 다녀왔다.

월곶역을 지나 소래포구역에 열차가 정차하자 순간 갯내음이 콧끝을 찔렀다. 새로 지은 역사(驛舍)에는 양손 가득 꽃게나 젓갈, 생선 등을 한 상자씩을 들고 가는 여행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포구와 어시장이 있다는 얘기다.

'소래포구 5분 거리'라는 안내판을 뒤로한 채 먼저 소래습지 생태공원으로 향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광활하게 펼쳐진 개펄이 눈에 들어온다. 이 개펄은 8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개펄이지만 소래포구 주변의 개발로 한 달에 2~3번 정도만 물이 차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바닷물에 잠긴 개펄을 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지만 이제는 철새 이동통로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자.

산책로를 따라 발길을 옮기면 천일염 생산 시설물과 자료 등을 관찰할 수 있다. 날씨가 추워진 탓인지 관람객이 많지 않아 한껏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생태공원과 1㎞가량 떨어진 곳에 소래포구가 있다. 20여분을 걸어서 도착한 어시장에는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과 흥정하는 상인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사진을 찍다보니 젓갈집 아주머니들은 "사진만 찍지 말고 젓갈 한입 먹어봐"라며 발길을 멈춰 세운다. 한입 얻어먹는 명란젓의 맛이 일품이다. 만원 한 장에 가득 채운 젓갈 상자를 보니 이곳 인심이 얼마나 후한지 알 수 있다.

시끌벅적한 어시장을 지나 도로변으로 나오니 소래역사관 앞에 오래된 증기기관차가 전시돼 있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수인선 협궤열차다. 수십년간 인천 시민의 유일한 발이 되어준 수인선 열차는 단순한 볼거리를 떠나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유물이다.

재개통 협궤열차 ‘추억 나들이 코스’


열차를 보니 이곳의 역사와 삶이 더욱 궁금해졌다. 서둘러 소래역사관으로 향했다. 소래역사관은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소래의 역사를 보존하고자 만든 전시관이다. 이곳은 총 4개의 전시관이 있어 소래의 역사와 문화, 개펄에서의 삶과 수인선의 역사를 한 번에 살펴 볼 수 있다.

한참 동안 역사관 공부를 마치고 잠시 쉬어가기 위해 장도 포대지(砲臺址)로 향했다. 바닷가 바로 앞에 위치한 이곳은 조선 말기 외국선박이 인천 연안인 소래 수로로 침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한 포대다. 포대지 바닷가에 서면 왼편으로 협궤열차가 다니던 소래철교, 오른편으로는 신형 수인선 전철이 오가는 또다른 소래철교가 사이좋게 한눈에 들어온다.

월곶포구로 가기 위해 옛 소래철교를 도보로 건넜다. 총 길이 126.5m에 너비 1.2m의 소래철교는 1994년 10월까지 수인선 협궤철도로 운행되다가 지금은 인천과 시흥을 오가는 이들의 보행로 역할을 하고 있다. 소래철교에서 월곶역까지는 걸어서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월곶역 인근은 소래포구역과 달리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다. 월곶역 역사 내부도 소래포구역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월곶포구는 왁자지껄한 사람 냄새는 덜하지만 여유롭게 장을 보기에는 안성맞춤인 장소인 듯하다.


dksong@fnnews.com 송동근 기자 이지수 인턴기자

<소래포구 젓갈열차>
코레일은 오는 12월 2일까지 매주 토.일요일마다 1일 2회씩 젓갈열차를 운행한다. 서울 노량진역에서 출발해 영등포, 신도림, 구로, 안양역에 정차한 후 수인선 소래포구역까지 정차 없이 급행으로 운행된다. 일반 전동열차와 동일하게 교통카드를 사용해 승차하면 된다.

<협궤열차 추억나들이 코스>
A코스: 월곶역→갯골생태공원→월곶포구→소래철교→장도포대지→소래역사관→소래포구→소래포구역
B코스: 소래포구역→소래습지생태공원→소래포구→소래역사관→장도포대지→소래철교→월곶포구→월곶역
C코스: 송도역→능허대공원→인천시립박물관→인천상륙작전기념탑공원→가천박물관→송도역
D코스: 연수역→청량산→가천박물관→인천상륙작전기념탑공원→인천시립박물관→송도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