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n사설] 나로호 3차발사 취소, 갈 길은 멀다

나로호 3차 발사가 또다시 연기되면서 국민의 피로감이 더해지고 있다. 온 국민의 염원과 바람을 담은 나로호가 29일 우주의 문도 두드리지 못한 채 불발됐다. 지난달 26일 진행한 3차 발사 첫 시도가 연기된 이후 3차 발사에서만 두 번째다. 온 국민은 우리 땅에서 자력으로 인공위성을 우주 정상 궤도에 올려 놓는 대역사가 쓰이기를 학수고대했건만 발사 16분52초를 앞두고 멎었다. 국민의 염원도 멎었다. 기대를 모았기에 허탈감은 컸다.

이번엔 2단 로켓에 문제가 생겼다. 추력제어기 점검 과정에서 일부 전기신호 이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지난달 26일에 진행한 3차 발사의 1차 시도에서도 1단 로켓 연결부에 있는 고무링이 파손돼 내부의 헬륨 가스 압력이 떨어지고 발사가 중단됐다. 나로호는 이날도 영문을 모른 채 하늘만 멀뚱히 쳐다봐야 했다.

사소한 결함이 생겨도 발사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나로호 발사 연기만 열 번째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나로호는 출발부터 삐걱댔다. 당초 2005년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로 개발에 들어갔지만 러시아 국회 비준이 지연되면서 2007년으로 연기됐다. 2008년에는 중국 쓰촨성 대지진으로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겨 다시 2009년 2·4분기로 연기됐다.

발사도 순탄치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2009년 첫 발사가 되나 싶더니 이번에는 러시아가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실험 항목이 늘어났다며 7월 30일로 미룬 데 이어, 최종 연소시험 일정 문제로 8월 11일로 발사를 연기했다. 데이터 분석 문제로 19일로 연기됐지만 발사대에서 고압 탱크의 압력을 조정하는 소프트웨어에 이상이 발견돼 발사가 중단됐다. 결국 8월 25일 1차 발사가 이뤄지기까지 연기된 것이 무려 7차례나 된다. 그 후 10개월 동안 와신상담했지만 2010년 6월 9일 예정된 2차 발사에서도 발사를 3시간 앞두고 발사대 주변 소방설비에서 소화용액이 흘러나오며 발사가 중단됐다. 이렇게 해서 쏟아부은 돈만 해도 8000억원이나 된다. 이번 중단도 러시아가 개발한 발사체에서 비롯됐다. 우주발사체 기술확보는 이제 지상 과제가 됐다. 다음 도전에는 순수 우리 손으로 만든 한국형 발사체로 위성을 띄워야 한다. 우주산업에 투입된 석·박사만도 3000여명이나 된다. 연간 9000억원 예산도 투입되고 있다. 2021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까지 나왔다. 못할 게 없다.

이번 실패는 단기 성과에 대한 집착이 빚어낸 결과로 보인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조사가 차분하게 이뤄져야 한다. 멀고도 험한 우주산업은 긴 호흡으로 가져가야 한다. 세계는 지금 우주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러시아, 유럽 등 우주개발 선진국들에 비해 30년 이상 뒤졌다. 일본, 중국, 인도 등 신흥 우주국들은 앞서나가고 있다. 우주산업은 미래의 먹을거리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