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2013 정기인사'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원칙이 그대로 적용됐다.
그룹 전체적으로는 부진한 실적을 반영해 임원 수를 지난해에 비해 10% 줄였다. 개별 기업으로도 그룹 대표기업인 현대중공업의 임원 승진 폭은 예년에 비해 줄었다. 그러나 나름대로 선전한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의 경우에는 예년 수준을 넘어서는 승진인사가 단행됐다.
■임원 수 10% 감소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달 30일 단행한 2013 정기인사에서 총 76명을 승진 또는 신규 선임했다. 2012 정기인사와 비교해보면 전체 승진 인원은 지난해 85명에서 9명 줄었다. 임원 승진 대상자는 지난해 41명에서 53명으로 늘었지만 신규 임원 수가 44명에서 23명으로 급감했다. 신규 임원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불황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조직 슬림화'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체 임원 수는 10%가량 줄었다. 전체 승진 인원이 줄어든 데다 45명의 임원이 이번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전체 임원 수가 223명에서 201명으로 줄어들게 된 것이다.
■현대重 연말 칼바람 '쌩쌩'
계열사별로는 맏형 격인 현대중공업이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다.
지난해 총 56명의 승진자를 배출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52명으로 줄었다.
특히 신규 임원 규모가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해 29명이 임원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올해는 18명에 그쳤다. 전년에 비해 40%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최악의 수주 부진과 실적 악화가 이번 인사에 반영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조선 및 해양플랜트 부문 수주액이 125억달러로 목표 240억달러의 절반을 조금 넘어섰다.
결국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김외현 부사장을 조선해양총괄사장으로 승진 발령하는 초강수를 뒀다. 또 지난달 만 50세 이상 사무 관리직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1972년 창사 이래 처음 실시한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이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해양·플랜트 분야의 엔지니어링 역량 강화와 경영체질 개선 등을 통해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미포조선·삼호重 선전
반면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은 지난해보다 많은 승진자를 배출했다. 시황 침체 속에서도 틈새전략으로 견실한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현대미포조선은 석유화학제품(PC) 선박 중심으로 영업력을 집중하면서 연간 수주계획 32억달러의 68%를 달성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그 결과 현대미포조선의 올해 임원 승진자는 12명으로 지난해 10명보다 늘었다.
하이투자증권 허성덕 연구원은 "현대미포조선이 최근 '그리말디'사가 발주한 선박 2척을 21억6000만달러에 수주하는 등 연말까지 기존 수주계획의 90%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현대삼호중공업도 올해 6명이 승진하면서 지난해 4명보다 늘었다.
ironman17@fnnews.com 김병용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