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거래소를 방문, 코스피 3000을 약속하면서 5년 전 후보자 시절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 다시금 입방아 오르고 있다.
17대 대선을 앞둔 2007년 12월 14일 대우증권을 방문한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지도자를 신뢰하고 국민이 화합한다면 내년(2008년)에는 코스피지수 3000을 돌파할 것이고, 제대로만 경제가 된다면 임기 내에 5000까지 가는 게 정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임기가 두 달 여 남은 현재, 코스피는 2000선을 하회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 기간 국내 증시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시총 상위 100개 기업들의 주가 상승률은 뛰어났던 반면 대다수 중·소형주는 시장수익률을 밑도는 현상이 심화됐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당시인 2008년 2월 25일 1686.45에 비해선 18%가량 상승한 수치이지만, 후보 당시 그가 임기 내 자신했던 5000포인트는 요원한 상황이다.
복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고환율(원화약세) 정책'을 통해 수출기업이 가격 경쟁력 확보한다면 소비와 투자가 증가하는 '낙수(트리클 다운)효과'로 주식시장이 활황을 띌 것이라고 봤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움직인 탓이라고 풀이했다.
■ 낙수효과 '無'..증시 '부익부 빈인빅'
수출기업은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물건을 해외에 내다 팔 때의 가격이 낮아져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게다가 제품을 팔아 남긴 이득을 원화로 환산하면서 환(換)차익을 얻게 된다. 한국의 무역의존도가 88%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환율 정책에 따른 기업의 이익증가는 손쉬워 보인다.
실제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 대표 수출 기업들은 현 정부 들어 매 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덕분에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 주요 수출기업의 주가도 사상 최고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58만2000원에서 이날까지 144만2000원으로 147.77% 급등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6만6300원에서 22만2500원으로 235.60%나 올랐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기대했던 낙수효과는 없었다. 실제 이명박 정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은 17.43%에 그쳐 이들 두 기업의 상승률에 8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쳤다. '부익부 빈인빅' 현상은 대형주 상승률과 중·소형주 상승률에서도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현 정부 들어 이날까지 대형주지수는 1626.96에서 1972.44으로 21.23% 상승해 코스피 전체 수익률을 웃돌았지만 같은 기간 중형주지수와 소형주지수는 각각 -6.86%, 0.27%의 등락률을 기록하며 시장 수익률에 크게 뒤떨어졌다.
■ 상장사 쌓여가는 현금..왜?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한국은행이 지난 5월 발표한 '환율변동의 소비투자에 대한 대체효과와 소득효과' 보고서를 보면, 1990~2011년 사이 22년간 원·달러 환율과 소비·투자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경우 환율 상승은 소비와 투자를 오히려 위축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고환율 정책을 통한 낙수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한 시중은행 선임연구원은 "MB노믹스의 고환율로 수출이 잘 되면 내수도 부양되리라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이명박 정부 내 성장률은 3%대에 머물렀고 수출 호조에 따른 내수부양효과는 전무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3·4분기 말 기준 상장기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1591개사가 보유한 현금성자산(IFRS 별도기준)은 64조263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9조2917억원에 비해 5조원(8.4%) 증가했다.
삼성전자나 현대차처럼 현 정부 내에서 주가가 크게 오른 기업들은 더욱 많은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 삼성전자의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1조8886억원에서 올해 3조6958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고, 현대차 역시 지난해 1조1063억원에서 올해 2조2054억원으로 급증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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