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미국)=성초롱 기자】최근 찾은 미국 뉴욕 내 맨해튼 32번가. 국내 베이커리 업계 양대산맥인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매장이 길 하나를 두고 마주보고 있었다. 주말 오전임에도 이들 매장에는 빵과 음료를 구매하려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남녀 직원들은 진열대에 빵을 채워넣기에 여념이 없었다. 국내 베이커리 '라이벌'인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맛집 격전지'로 꼽히는 뉴욕에서 나란히 대표 베이커리로 자리잡고 있다. 또 비슷한 듯 다른 전략을 내세워 미국 내에서 한국의 이름을 알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현지화 전략 성공
지난 2005년 로스앤젤레스점 오픈으로 미국 시장에 뛰어든 파리바게뜨는 2008년 뉴저지에 미 동부 1호점을 열며 미국 내 사업을 서부에서 동부까지 확장했다.
특히 미 동부 진출 2년 만에 오픈한 뉴욕 맨해튼점은 파리바게뜨의 변화를 알리는 시작이었다. 그간 주 타깃 고객으로 교민에 집중했던 파리바게뜨가 맨해튼 중심가 매장 오픈으로 현지 고객 늘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는 미국 시장 공략법으로 '현지화'를 내세웠다. 파리바게뜨 미주사업부 서정아 마케팅 실장은 "현지 상황을 철저히 분석해 한국 본사의 경영 노하우와 제품을 시장 상황에 맞게 선보인 것이 성공의 한 요인"이라면서 "파리바게뜨 근무 경험이 있는 본사의 인력과 미국 현지 사정과 문화에 정통한 현지 인력의 조화된 운영 역시 파리바게뜨가 현지 시장에 빠르게 자리잡는 데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파리바게뜨 맨해튼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메뉴 가운데 30%가량은 현지에서 개발된 메뉴들이다. 현지인들은 물론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입맛이 국내 소비자들과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 매장에서는 국내보다 페스트리 제품 종류를 대폭 늘려 30가지 이상을 선보이고 있다.
또 파리바게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메뉴는 커피다.
이 같은 파리바게뜨의 현지화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실제 현재 맨해튼점의 경우 현지 고객과 교민 고객 비율이 6.5대 3.5로 다른 미국 내 매장에 비해 현지 고객이 많은 편이다.
손민정 뉴욕지역 슈퍼바이저는 "미국 내 일반 베이커리가 평균 100종류 이하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반면, 파리바게뜨는 현지화 메뉴와 한국식 빵 등 300여종의 다양한 제품을 맛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고객이 많이 찾고 있다"면서 "아울러 한국 베이커리가 깔끔하고 신선하다는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매장을 찾는 고객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뚜레쥬르 메뉴 '새로움' 승부수
국내 베이커리 업계 최초로 지난 2004년 미국 시장에 뛰어든 뚜레쥬르는 미국 18호점으로 지난해 6월 맨해튼점을 오픈했다. 이 매장은 미국에서 밸리점을 제외한 전 점포를 가맹점 형태로 운영 중인 뚜레쥬르의 향후 시장 확대를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매장이다.
CJ푸드빌 미국 베이커리 이미영 과장은 "맨해튼점의 경우 시내 중심가에 있어 많은 사람이 보고 실제 가맹 문의를 많이 하는 등 홍보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향후 동부 프랜차이즈 사업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점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에서 뚜레쥬르는 10년 이상 뉴욕에서 개인 베이커리를 운영하며 현지 시장에 익숙한 최경림 대표를 맨해튼점 가맹주로 영입했다.
또 뚜레쥬르 측은 1주일에 2~3번가량 해당 사업부 담당자가 제품 품질과 위생관리를 위해 직접 매장을 둘러보며 직영점보다 더 철저한 관리에 힘쓰고 있다.
뚜레쥬르 맨해튼점은 현지 고객들의 선호도가 높은 미니타르프, 무스케이크 등 현지 입맛을 고려한 제품을 전체 제품 가운데 20%가량을 선보이고 있다. 또 중국 고객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이들을 겨냥한 버블티, 버블 스무디 등의 메뉴를 내놓고 있다.
아울러 여름에는 팥빙수 등 시즌 메뉴를 선보이고 겨울에는 커피음료를 늘려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메뉴를 매 시즌 출시하고 있다.
이 같은 결과 지난 여름시즌에는 매출 40%가량을 음료가 차지하기도 했다.아울러 뚜레쥬르는 '건강한 베이커리'란 콘셉트를 내세워 '칼로리 박스' 등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맨해튼점 고객의 60%가량은 한인이지만 뚜레쥬르는 그간 국내외에서 쌓은 노하우를 총동원해 남다른 제품과 마케팅으로 한인 교민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과 현지 고객까지 적극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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