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여의도에 근무하는 이용헌씨(43·가명)는 지난해 7월 코스피지수가 1700선까지 떨어지자 직접 투자 대신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했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1900~2000선까지 오르자 10% 넘는 수익을 내 차익실현 기회를 잡고 있다.
#2. 주식거래에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통장을 이용하는 회사원 박모씨(34)는 얼마 전 CMA 금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연 3%가 넘던 CMA 금리가 2%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75%로 낮추자 증권사들도 CMA 금리를 2%대로 떨어뜨린 것이다. 박씨는 주변 친구들이 ETF에 투자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곳으로 눈을 돌렸다. 주식계좌와 연계돼 바로 매매할 수 있고, 수익률도 CMA보다 높아 지금은 갈아타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10년'. 지난 2002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상장지수펀드(ETF)가 자본시장의 꽃으로 자리잡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상품이 무어냐고 물으면 이구동성으로 ETF를 꼽는다.
ETF는 자본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높은 수익률에 낮은 수수료 매력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에게도 훌륭한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했다.
■아시아 최고의 시장으로 자리
시작은 미약했다. 순자산총액 3444억원, 4개 종목으로 출발했으나 지금은 자본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해 가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2년 ETF시장 순자산총액은 14조7177억원으로 전년(9조9065억원)보다 48.6% 증가했다. 아시아 역내 거래소 중 일본과 홍콩, 중국에 이은 4위다.
상장종목 수로는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만 29개 종목이 신규 상장해 총 133개로 아시아 역내 거래소 중 최다 종목이다.
10년 전 ETF 개설 당시에 비하면 규모가 무려 43배나 커졌다. 순자산총액 추이에서도 ETF시장은 주식시장과 주식형 펀드시장보다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주식형 펀드 잔고가 감소세를 그리던 2009년 이후에도 ETF 순자산총액은 꾸준히 증가했다.
거래소 측은 "지난해 3·4분기 이후 주식시장이 횡보 국면을 보였음에도 ETF시장으로는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입됐다"며 "저비용과 높은 환금성이라는 장점을 가진 ETF 상품이 주식형 펀드의 대안상품으로 투자자들에게 급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ETF시장은 개설 이후 연평균(CAGR) 45.6%씩 성장하면서 2013년에는 약 18조원, 2015년에는 약 30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과 기관의 참여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ETF시장에서는 개인거래비중(42.4%)이 감소한 반면 외국인(27%)과 기관투자가(17.6%)는 늘었다. 질적 성장의 토대가 마련되고 있는 것.
■분산투자로 재테크 효자
ETF는 적립식 펀드 열풍이 지나간 자리를 메운 효자다. 한 주만 사도 시장 전체에 분산투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증권계좌만 있으면 주식처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간편하게 매매할 수 있고, 소액으로 코스피200과 같이 증시를 대표하는 지수에 직접 투자하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ETF의 가장 큰 장점은 수수료가 저렴하고 환매가 쉽다는 데 있다.
액티브 펀드는 펀드매니저가 엄선한 종목에 투자한다는 이유로 비싼 수수료를 받는다. 대부분 연 2% 이상의 운용수수료를 부과한다. 그러고도 수익률은 저조하다.
반면 주식형 ETF 수수료는 대부분 0.5% 밑이다. 낮게는 0.09%만 받는 것도 있다. ETF는 주식처럼 상장돼 사고팔 수 있는데, 주식매매를 할 때 내야 하는 거래세(0.3%)도 면제된다.
또 중도에 환매하면 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펀드와 달리 오늘 사서 내일 팔아도 추가비용이 들지 않는다.
몇만원으로 우량주에 투자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가령 삼성전자에 투자하고 싶어도 150만원에 달하는 주가가 부담스러웠던 투자자라면 'Tiger반도체'나 'Kodex 삼성그룹' 등의 ETF를 사면 된다.
또 자동차업종이 유망해 보이는데 현대차나 기아차가 좋을지, 모비스 같은 부품주가 더 나을지 모르겠다면 'Kodex자동차' 같은 업종ETF에 투자할 수도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일반 주식형 펀드에서는 5조3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주식형 펀드 전체로는 6조4000억원이 이탈했다. 반면 특정 지수의 움직임을 따라가도록 설계됐고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ETF의 급성장은 계속됐다. 지난해 주식형 ETF 규모가 2조8700억원 늘었다.
이에 증권사들도 알짜 수익모델로 자리하면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대신증권과 동양증권.한국투자증권.KB투자증권 등 6개 증권사는 새해 ETF에 투자하는 랩을 출시했다.
SK증권은 지난 7일과 9일 두 종류의 ETF 랩을 연달아 선보였다.
삼성자산운용은 21일 중국 본토(A) 주식에 투자하는 ETF 상품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지난해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처음으로 국내에 내놓은 중국 본토 주식 투자 ETF인 '한국투자KINDEX중국본토CSI300'은 연초 중국 증시 상승 분위기와 함께 거래량이 크게 늘고 있다.
우리자산운용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도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ETF 상품을 올 1·4분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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