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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코 품 떠나는 쌍용건설 ‘고립무원’

캠코 품 떠나는 쌍용건설 ‘고립무원’

쌍용건설 사태가 부도위기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정부 책임론이 가열되고 있다.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쌍용건설이 오는 28일 만기도래하는 어음과 채권 600억원을 막지 못하면 부도에 처하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최대주주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가이드라인 등 아무런 대책 없이 22일 보유지분을 모두 채권단에 넘기고 손을 뗀다. 채권단은 일말의 책임을 져야 할 캠코가 방관하는 상황에서 모든 부담을 떠안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쌍용건설은 도움받을 곳이 전혀 없는 고립무원 처지다. 재계에서는 촌각을 다투는 시점에 모르쇠로 일관하며 채권단과 책임공방을 벌이는 캠코 행태와 이를 조율해야 할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는 수장 부재 등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등 정권말기 정부기관의 전형적인 복지부동이 재앙을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대주주 바뀌고, 부도위기 고조

21일 건설 및 금융권에 따르면 캠코가 22일 금융위에 쌍용건설 지분 38.75%를 반납하면 금융위는 출자비율에 따라 예금보험공사, 은행 등 23개 채권금융기관에 지분을 전량 넘길 예정이다. 이 경우 예보 자회사인 케이알씨가 7.66%, 예보도 4.62%를 확보해 사실상 예보가 자회사 지분을 합쳐 12.28%로 쌍용건설의 최대주주가 되고 23개 금융기관의 총 지분율은 50.07%로 경영권을 갖게 된다.

문제는 캠코와 채권단이 평행선을 달리면 쌍용건설은 부도를 면키 어렵다는 점이다. 당장 만기상환해야할 자금만 600억원이 넘는데 이전 최대주주나 바뀌는 최대주주나 지원의 손길을 내밀지 않고 있다. 채권단은 캠코가 부실책임을 지고 현재 보유 중인 700억원 규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출자전환하거나 ABCP 추가매입 등을 통해 유동성 지원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야 채권단도 15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통해 쌍용건설 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러는 사이 쌍용건설 신용등급은 투기등급(B-)까지 떨어져 받아야 할 공사 선수금마저 못 받고 있다.

선수금을 받기 위해서는 건설공제조합으로부터 보증을 받아야 하는데 신용등급 자격미달로 보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올해 못 받은 선수금만 약 1500억원이며 이는 완전자본잠식을 벗어날 수 있는 금액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부도를 맞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국제적인 줄소송은 불가피해보인다. 현재 쌍용건설은 8개국 17개 사업장에서 총 3조원 규모 해외공사를 수행 중인 가운데 국내외 금융기관들이 지급한 선수금만 수천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캠코, 지원방안 제시해야

업계에서는 쌍용건설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데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비록 국내 사업에서는 유동성 확보를 위한 할인매각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지만 해외 고급건축실적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정도로 국격을 높여 왔다. 현재 해외에서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를 통과해 입찰진행 중인 프로젝트만 총 19조원에 이르고, 해외공사에서 최근 3년간 1834억원의 이익을 냈다.

업계 관계자는 "캠코는 돈만 회수하면 그만이라는 식이고, 금융위는 강 건너 불구경 하는 동안 수만명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화투자증권 조동필 애널리스트는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캠코가 정부기관이든 일반기업이든 성격을 떠나 최대주주로서 자금지원 계획 등 확실한 방향성을 제시해 줘야 한다"며 "최대주주가 가만히 있는데 책임지겠다는 채권단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쌍용건설이 비록 손익계산서상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지만, 그동안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2010년 초 1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3·4분기 5900억원으로 줄이는 등 방만경영으로 위기에 몰린 다른 업체들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뛰어난 해외사업 역량에도 자본잠식을 맞아 추가적으로 차환은 안 되고, 수주는 막혀 부도위기에 몰리면서 자금지원이 안 되는 악순환에 빠졌다"며 "기본적으로 건설자체로 놓고 보면 경쟁력 높은 업체이기 때문에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주면 자생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는 업체"라고 분석했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