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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에 ‘태양’이 뜨면.. 아마 고수는 추풍낙엽

골프장에 ‘태양’이 뜨면.. 아마 고수는 추풍낙엽

"프로 골퍼가 아니면 누구하고도 내기할 자신 있다."

누가 이런 건방진 말을 할까.

국내 아마 골프의 최강자인가? 아니다. 선동열 기아 감독이다.

로우 싱글이긴 하지만 분명 국내 최강자는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막말(?)을 할 수 있을까.

선 감독의 설명은 이렇다.

자신보다 더 잘 치는 골퍼들도 '선동열'을 만나면 정상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

이유는 선 감독의 장타 때문이다. 300야드를 넘는 티샷을 날려 놓으면 천하에 없는 일류 고수라도 힘이 들어가 스스로 망가진다는 것이다.

선 감독은 이런 현상을 수도 없이 겪었다. 그래서 "프로만 아니면 누구라도 할 만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선 감독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투수 출신이 골프에선 타자 출신보다 더 강하다. 때리기 전공인 타자가 던지기 선수인 투수에게 밀린다니? 이유는 타자들의 장타 본능 때문이다.

골프는 '멀리 그리고 정확하게(Far and Sure)' 게임이다. 그런데 타자 출신들은 멀리에 집착한다. 장타자의 어쩔 수 없는 본능이다. 그러다 보니 악성 훅이 많다. 투수 출신들은 멀리보다 정확하게에 집중한다. 아무리 스피드가 빨라도 컨트롤이 없으면 볼넷인 것을 투수들은 잘 알고 있다.

유백만, 이광권, 이상윤, 하기룡 등 투수 출신 고수들이 즐비하다. 이들 중 유백만의 골프 실력은 전설 수준이다. 칠순의 나이에도 호주 시니어리그서 현역 골프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이광권 JTBC 해설위원은 언더핸드 투수였다. 언더핸드 투수들은 대체로 골프에 능하다. 이유는 투구 폼이 골프의 스윙 궤도와 대체로 일치하기 때문이다.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들이 골프에 뛰어난 소질을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마스터스를 제패한 캐나다의 마이크 위어도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이다.

타자들 중엔 백인천, 우용득, 도성세 등이 소문난 고수다. 이들은 하나같이 장타자들. 멀리 뿐 아니라 정확하게도 친다. 도성세 전 영남대 감독은 오르막에 300야드가 넘는 태릉CC 파 4 홀에서 원 온을 시킨 적도 있었다. 그린에서 퍼팅을 하던 앞 팀은 "누가 이런 무례를 범하냐"며 노려보았지만 페어웨이가 아닌 티잉 그라운드에 서 있는 도 감독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후 그늘집에서 만난 도 감독이 1m70㎝도 안 되는 단신인 것을 보고 더 크게 놀랐다는 후문.

골프에서 '멀리'보다 '정확하게'가 더 중요한 것은 다른 스포츠 선수 출신에게서도 확인된다. 함께 라운딩해본 배구 선수 중엔 '아시아의 거포'로 이름 높은 강만수 전 현대 감독보다 세터 출신 이경석 전 LIG 감독이 더 고수였다.

타 스포츠보다 작은 체구의 탁구 선수 출신들이 대부분 로우 핸디캡인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강문수 삼성생명 감독은 쇼트 게임의 대가다. 그린 근처에만 오면 버디 아니면 파니 상대는 미칠 지경이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야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