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일 건국대병원 성형외과 교수(오른쪽)가 '제41회 보건의 날' 기념 국민훈장을 받고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힘이 닿는 한 평생 구순구개열 환자를 위해 봉사하면서 살겠다."
최근 '제41회 보건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은 건국대병원 엄기일 성형외과 교수는 8일 이 같은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입술이나 입천장이 갈라지는 소아 선천성 질환인 구순구개열 치료의 국내 권위자로 구순구개열 환아를 치료하고 환아들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데 헌신해 왔다. 특히 엄 교수는 1990년 국내 최초로 구순구개열 클리닉을 개설하고 1994년에는 구순구개열 환아와 가족 모임인 민들레회를 창립했다. 엄 교수는 모임을 통해 매년 요리교실, 갯벌체험, 여름캠프 등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행사를 준비했다.
그는 "구순구개열 환자들은 수술하면 육체적으로는 호전되지만 사회적으로 '왕따'가 되고 집안에서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며 "이 환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도록 하는 게 의사의 사회적인 책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모임에 참석하던 환자 중 한 명이 음악을 한다며 엄 교수를 찾아와 작곡 선물을 해줬다고 한다. 엄 교수는 "이 아이는 모임을 통해 사회적인 시선을 극복한 경우"라며 "아이들이 모임을 통해 질환 때문에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월급에서 일부를 떼어 '당당한 아이 만들기'란 이름의 장학금을 마련해 매년 200만원씩 2명의 환아에게 지급하고 있다. 엄 교수는 20여년간 꾸준히 이들이 자신감을 갖고 사회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 중이다.
최근에는 국내 구순구개열 환자가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해외봉사 활동으로 눈을 돌렸다.
1990년 대에는 필리핀에서 해외봉사 활동을 진행했는데 최근 4년 전부터 우즈베키스탄으로 봉사활동을 떠나고 있다. 한 번 방문할 때마다 40여명의 구순구개열 환자를 수술한다.
그는 "올해 의사 생활을 한 지 만 39년이 됐지만 해외봉사 활동을 가서는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수술을 한다"며 "다음 해외봉사가 올해 추석에 잡혀 있는데 지금부터 즐거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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