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가수 지망생들에 대한 기획사 관계자의 성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는 연습생을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모 엔터테인먼트 총괄팀장 은 모씨(38)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은 씨는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연습실에서 가수지망생 A양(16)에 짧은 옷차림을 지적하며 반바지 속에 손을 넣어 엉덩이를 만진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바 있다.
지난해 4월 오픈월드엔터테인먼트 대표 장 모씨가 구속되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 미성년자 가수 지망생들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사회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바야흐로 ‘아이돌 준비생 100만 시대’에 접어둔 이 시점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아이돌을 꿈꾸고 어린나이에 기획사에 입문하는 가수 지망생들이 주 타켓이 되고 있다. 배우와 달리 차근차근 기획사에 트레이닝을 거치면서 데뷔를 해야 하는 이들이 가질 수밖에 없는 기획사의 대한 충성심이 악용되고 있는 것.
한 가요 관계자는 “아무래도 연습생들부터 회사에 밉보이길 원치 않기 때문에 성추행등의 문제가 있어도 함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를 이용한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추태가 근절돼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렇다 할 전문기관 없이 기획사에게 모든 걸 맡겨야 하는 현 아이돌 육성 시스템 역시 어린 지망생들을 범죄의 위협에 노출시키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일명 3대 기획사라 일컬어지는 SM 엔터테인먼트, YG 엔터테인먼트, JYP 엔터테인먼트 등 일부 대형 기획사를 제외한 부실하고 영세한 기획사들이 약 2000여 개에 이르는 상황.
하지만 이 숫자마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는 실정으로 현행상 등록제가 아닌 신고제이기 때문에 일부 자본과 의지만 있다면 누구라도 연예 기획사를 설립할 수 있기에 이 같은 문제가 향후 추가로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셈이다.
한 연예관계자는 “이번 일로 다른 기획사들에서도 불똥이 튈까 걱정이 많은 상태다”며 “요즘 같은 시대에 흔한 일이 아닌데 연이어 발생한 사건으로 안 좋은 이미지가 박힐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5월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와 함께 연예기획사 전수 조사와 기획사·매니저 등록제 추진 등의 내용을 담은 ‘연예매니지먼트산업 선진화방안’을 밝혔지만 현재까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syafei@starnnews.com김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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