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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연패’ NC, 류현진-SK 나이츠 자신감 배워라



더 높은 꿈, ‘도전자’로서의 새출발
‘정복자’의 자부심 기억해야 할 시점


“주인공이 자신의 목표를 성취한다. 하지만 어느새 더 높은 벽이 그의 앞을 막아선다. 온갖 시련이 주인공 주변을 도사리고 있지만 결국에는 이마저도 슬기롭게 극복해내며 진정한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이는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골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다.

류현진(26, 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 입성 이후 시즌 첫 승 사냥에 성공했다. 지난 2006년 국내 무대 데뷔 첫 해 만에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왕에 오르며 ‘트리플 크라운’을 이뤄낸 류현진은 불과 7시즌 만에 전설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각종 업적을 이뤄내며 빅리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계약 당시부터 수많은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소위 ‘괴물’과도 같은 선수들이 즐비한 무대에서 그의 기량이 통할 지는 아무도 섣불리 장담할 수 없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정복자’로 군림했다면 메이저리그에서는 ‘도전자’의 입장으로 다시 서야 했던 것.

시범경기에서 갈수록 좋아지는 모습에 기대를 드높였지만 류현진은 시즌 첫 데뷔전에서 아쉽게도 승리투수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패전투수가 된 상황에서도 위기 때 점수를 적게 내준 점에 의미를 부여하며 여전히 자신감 있는 모습만은 잃지 않았다. 결국 두 번째 등판 만에 첫 승을 신고, 더 높은 벽을 넘어서기 위한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다.

올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SK 나이츠 역시 한 차원 높은 도전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부분이 있다. 지난 4시즌 동안 SK는 플레이오프 문턱을 밟아보지 못했고, 2001-2002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 이후 지난해까지 6강에 오른 것도 단 한 번 뿐이었다.

그러나 1가드 4포워드 중심의 3-2 드롭존, 모래알 조직력을 극복해낸 선수단의 단합을 앞세워 SK는 역대 최다 타이승(44승10패), 역대 최다 홈 연승(23연승), 홈 경기 최다승(25승2패) 등 KBL 역사에 획을 긋는 기록과 함께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대반란이었다.

1차적 목표를 이뤄냈지만 궁극적으로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SK가 원하는 더 높은 단계의 꿈이었다. 그러나 최부경-김선형-변기훈 등 1-3년 차 이내의 핵심 국내 선수들은 큰 경기의 경험이 부족했고, 김민수 역시 뒤늦게 생애 첫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은 선수에 불과했다. 이들의 4강 상대는 마찬가지로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었지만 이미 지난해 우승이라는 값진 경험을 이뤄낸 KGC인삼공사였다.

비록 경기 내용이 썩 만족스럽지는 못했으나 SK는 결국 3승1패라는 성적을 통해 KGC인삼공사의 벽을 허무는데 성공했다. 특히 시리즈 승리의 주역 애런 헤인즈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득점쇼를 펼쳐 SK 선수단에게 부족했던 경험을 불어넣었고, 자신감을 크게 끌어올렸다. 과거 KBL에서 실력이 뛰어난 팀 동료들을 뒷받침 하는 ‘2옵션 외인’에 불과했던 헤인즈는 이후 기량을 활짝 꽃피우며 2시즌 연속 득점왕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이러한 활약 속에서도 재계약을 이뤄내지 못한 비운의 떠돌이 신세였지만 쓰라린 경험들이 값진 결실을 맺으면서 어느덧 통합 우승을 향한 마지막 문턱까지 팀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이는 올시즌 프로야구 제9구단으로서 힘찬 발걸음을 내딛은 NC 다이노스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사례라고도 볼 수 있다. NC는 지난 시즌 창단 첫 해만에 2군리그 우승의 결실을 이뤄냈고, 전지훈련 당시 WBC 국가대표팀과 맞붙은 연습경기에서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뽐냈다. 또한 시범경기에서의 분전 등을 통해 그야말로 개막을 앞두고 돌풍을 예고했다.

하지만 정작 페넌트레이스 돌입 이후 NC는 6경기 째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하며 기대 이하의 힘겨운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각 팀들이 총력을 기울이는 1군 무대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실감하고 있는 상황. 류현진과 마찬가지로 NC는 2군 무대의 ‘정복자’에서 1군 무대의 ‘도전자’로 입장이 뒤바뀌었다. 또한 SK 나이츠의 젊은 국내 선수들처럼 경험 부족을 극복해야 하고, 애런 헤인즈와 같은 신데렐라 스토리를 써내려가기까지 아직도 많은 가시밭길을 지나야 한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류현진과 SK 나이츠 역시 의심의 눈초리는 언제나 따라다녔고, 아직까지 최종 목표를 이뤄낸 것도 아니다. 하지만 더 높은 산을 오를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헤인즈는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게 될 모비스의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로드 벤슨에 대해 “둘 다 수비는 잘 못한다. 잘난 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볼 때 그렇다”며 본인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드러낸 바 있다.
류현진도 비록 현재는 ‘도전자’의 위치지만 ‘KBO 정복자’로서의 자신감만은 언제나 잃지 않았다. 바로 NC 선수단이 아로새겨야 할 부분이다. 그들도 불과 지난 시즌까지 2군 리그의 당당한 ‘정복자’였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yuksamo@starnnews.com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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