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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주채권은행과 기업 정상적 관계 필요하다/김현희기자

[기자수첩] 주채권은행과 기업 정상적 관계 필요하다/김현희기자

기업 구조조정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은행과 기업 간 유착관계로 제대로 된 구조조정이 되겠느냐는 지적이 많다. 리스크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인수합병(M&A)으로 커진 몇몇 그룹사가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되면서 주채권은행들의 의무도 강화되는 추세다.

주채권은행이 중심을 잡지 않으면 채권단들의 요구에 흔들리거나 구조조정 기업에 자구책을 강도 높게 요구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과 기업 간 유착관계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기업들의 경영정상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이유다. 결국에는 시장까지 부정적인 여파가 미치고 있다.

최근 구조조정에 착수한 중견그룹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중견그룹 계열사에는 지난 2009년부터 A은행 출신의 사외이사, 재무본부장, 감사위원 등이 6명이나 포진돼 있다. A은행은 이 중견그룹의 주채권은행이다. 지난 1월에는 또 다른 정책금융기관의 현직 임원이 이 그룹 계열사의 부사장으로 이동한 것도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라는 등 말이 많았다.

물론 은행 출신 인사들이 기업 임원으로 갈 경우 전문성도 있고 여신 등을 제공했던 만큼 해당 기업의 업무내용도 파악하기 쉬울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은행을 왔다갔다하면서 자금지원을 부탁하는 브로커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채권은행과의 소통으로 무리한 사업확장을 견제하는 등의 기능은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한 채권단 최고경영자(CEO)는 이 중견그룹의 구조조정에 대해 주채권은행에 "제대로 하라"고 호통쳤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과거 C&그룹을 되돌아보자. 당시 주채권은행인 B은행과의 유착관계가 의심되는 등 문제가 많았다. C&그룹은 결국 무너졌다. 주채권은행이 소신을 가져야 '제2의 C&그룹'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maru13@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