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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기업 열전] (18) 사출성형기전문기업 동신유압

[부·울·경 기업 열전] (18) 사출성형기전문기업 동신유압
동신유압 김병구 대표이사

【 부산=정지우 기자】 부산 사상구 학장동 사출성형기전문메이커 ㈜동신유압 본사 및 공장.

이 회사는 정문 입구를 들어서는 순간부터 화려한 각종 수상 팻말과 플래카드가 먼저 손님을 맞는다.

당장 올해만 하더라도 중소기업청의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 대상 기업'에 선정됐고 국제표준화기구 에너지경영시스템(ISO 50001) 인증을 받았다.

자신이 있기 때문인지 팻말과 플래카드가 공장 정면에 당당하게 내걸려 있다. 정문에 들어서면 좌측 진열대에 전시된 상패는 더욱 화려하다.

2012 인적자원개발 우수기관 인증, 2012년 중소기업진흥공단 으뜸기업 선정, 20011년 고용우수기업 선정 및 부산중소기업인 대상, 2010년 안전인증 우수사례 발표 은상, 2009년 사출성형기 전 품목 국가통합인증마크 인증, 부산광역시 향토기업 선정 등.

수상 경력은 1983년 품질향상 대상부터 끊이지 않고 이어져 있다. 이쯤 되면 자랑은 자신감이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각오로 읽힌다. 직원복지, 안전에 대한 인식, 향토 사랑도 느껴진다. 이런 마음이 깔려있지 않으면 받을 수 없는 상들이다.

김병구 대표이사(46)는 "동신유압만의 노하우가 축적되기 시작하면서 품질대상, 신산업 경영대상, 우수기계 개발업체 포상 등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았고 명실상부 사출성형기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며 "지나온 반세기, 이제 두 번째 도약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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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신유압이 창원 웅동에 짓고 있는 신 사옥 및 공장 조감도.


■도약의 원동력은 '변화와 혁신'

그가 말하는 제2의 도약의 첫 번째는 사내 문화의 발전과 직원 개개인의 성장이다. '혁신과 변화'로 요약된다.

동신유압은 이를 위해 전사적 자원관리(ERP)를 통해 회사 전반의 업무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 효율적인 경영을 추구한다. 또 마인드.기술.외국어(영어, 중국어, 일본어) 무료교육 등으로 직원 의식 전환과 동기 부여의 기회로 삼았다. '칭찬합시다' 코너도 운영한다. 서로의 장점을 살려주고 의지를 북돋아주기 위한 아이디어다.

최집렬 이사는 "역사가 오래된 만큼 과거에 머물러 있으려던 분위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회사를 바꾸려면 직원의 변화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외국어를 가르치는 것도 상대를 이해하고 인정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본사 1층에는 아직 단출하긴 하지만 도서관도 만들었다. 식당 안이다. 별도의 공간을 확보하지 않은 것은 '딱딱한' 도서관 분위기 대신에 식사를 하면서, 휴식을 취하며 언제라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이다.

3년 전부터는 신입사원들을 해양대학교에 보내 예절, 상식, 리더십, 웃음 등을 교육시키고 있다. 한 번 갈 때마다 80~120명씩이다.

세계 공략을 위해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매킨지' 전문가를 불러 자문과 교육도 추진 중이다. 직원이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변리사가 직접 적절성과 실행 가능성 여부 등을 살펴봐주기도 한다.

강소기업으로서 규모가 더 작은 중소기업에 대한 '상생'도 잊지 않는다. 이를 위해 부산 최초, 사출기 업체 중 처음으로 동신유압 제품 구매 기업 직원들을 위한 교육센터도 학장동에 건립 중이다.

폴리텍 대학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 해당 학교가 사출기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해양대학교에는 산학연 ETRS센터에 1억2000만원짜리 교육용 실습 장비인 '전자동 사출성형기'를 기증해 우수 인재 양성을 돕고 있다.

최 이사는 "회사가 좋으니까 다른 곳을 볼 수 있는 시각이 한정돼 있었다"며 "차세대 경영자 회장인 사장과 호흡을 맞춰 문화를 바꿔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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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신유압 공장에서 직원이 사출기를 살펴보고 있다.


■난관 근복의 원동력은 '장인의 고집'

이른바 '잘나가는' 동신유압이지만 처음부터 녹록하진 않았다. 설립자 김지 회장이 동신유압기계제작소로 문을 연 1967년 당시, 우리 플라스틱 산업은 불모지에 가까워 외국에서 관련 기계를 모두 수입해야 했다. 김 회장이 이 과정에서 일본 사출기 회사의 도면을 입수, 2년 뒤에 국내 최초로 '인라인 스크루 사출 성형기'를 개발해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1972년 전자동 사출성형기, 1982년 초절전형 사출성형기, 1987년 초소형 정밀사출성형기, 1997년 수돗물 정화의 최첨단 기술인 용존공기부상법 이용 정수장치 등 동신유압을 상징하는 '국내 최초' 수식어는 이때부터 등장했다.

난관은 또 찾아왔다. 2000년 중국산 사출성형기의 저가공세, 2008년 세계 금융위기였다. 그러나 순간의 어려움은 근본을 바꾸지 못한다. 동신유압의 바탕은 '장인 정신에 대한 고집'이었다. 이는 곧 고객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고 신뢰와 믿음이 됐다.

부도 위기까지 갔던 기업이 2년여 만인 지난 2011년 매출액 500억원을 달성했으며 올해는 1000억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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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신유압 직원이 사내 독서실에서 책을 고르고 있다. 동신유압은 올해를 제2의 도약 원년으로 정하고 '혁신과 변화'을 추진 중이다


전통적인 기업이지만 새로운 분야에 대한 공부와 도전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해양플랜트와 항공분야, 자동차를 넘어 우주까지 눈여겨보고 있다. 동신이엔텍과 이스프전자가 이 같은 차원에서 설립됐다. 최 이사는 "사출성형기로만 세계 매출 25% 달성 및 세계 4대 메이커 진입"이라며 "최소 매출 1000억원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사업의 다각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동신유압이 최근 내세우고 있는 품목은 최첨단 초정밀 사출성형기 'PRO MC 시리즈'와 'MUCELL 시리즈' 'T SERIES(2in1)' 'PROCON 시리즈' 등이다. 모두 지난달 경기도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 플라스틱 고무산업 전시회'에서 호평을 받았다.

정부 과제로 제작하고 있는 3000t급 고효율, 친환경, 고정도 밸브 유압식 사출성형기도 자랑거리다.

김 대표는 "2013년 부산신항에 건립 중인 새 공장에서 외형의 크기보다 내실 있는 강소기업으로 두 번째 도약을 시작할 것"이라며 "동신유압 가족이 함께 이겨낸 시간들이 지금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출 성형기는 플라스틱 수지 알갱이를 녹여 용도에 맞는 금형(성형기)에 넣고 찍어서 제품을 만드는 기계를 말한다. 만들고자 하는 플라스틱 제품의 크기나 강도, 용도 등에 따라 사출 성형기의 규모나 제어력 등이 정해진다. 동신유압은 이 분야에서 단연 독보적 존재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jjw@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