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인도법인 경영진을 현지인으로 대폭 교체하는 쇄신을 단행했다.
현지인 중심으로 승진 또는 스카우트해 교체를 단행한 것. 인도 경기 부진에 따른 자동차시장 위축으로 업체별 판매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상황에 적극 대처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인도법인은 최근 재정담당 상무(vice president)와 판매·마케팅담당 상무를 각각 전무(senior vice president)급으로 승진 발령했다. 이들은 모두 인도 현지인으로 현대차의 인도 진출 초기부터 호흡을 맞춰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의 전략과 목표를 공유하고 있는 데다 급변하는 인도 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가졌다는 점이 이번 내부승진의 배경으로 꼽힌다.
현대차인도법인은 외부전문가 수혈에도 나섰다. 혼다인도법인과 인도 1위 토종 자동차업체인 타타자동차에서 근무한 현지인을 임원으로 영업했다. 딜러망 확충을 위해서다.
현대차가 인도법인에 칼을 꺼내든 이유는 인도 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3월 현대차 인도 판매량은 3만3858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5% 줄었다. 경기부진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인도 정부의 기준금리 하락에도 인도 자동차시장 판매량은 4개월 연속 감소세다. 여기에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소비세 인상, 고물가 및 고유가 지속도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특히 현대차를 제외한 르노-닛산(40만대) 도요타(10만대) 포드(8만대) 등 주요 현지 완성차업체들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생산능력을 확대했다.
수요는 줄고 있는데 공급은 늘린 셈이다. 그 여파로 일부 업체의 경우 공장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재고가 좀처럼 줄지 않자 업체간 판매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경쟁적으로 가격 할인, 할부금리 이자율 인하, 바이백 프로그램 등 다양한 종류의 판매촉진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게 예다.
인도 승용차시장에서 독보적으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스즈키마루티는 '알토800' 구입 고객에 3만루피 이내 할인 및 국내 여행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혼다는'브리오'와 '시티' 구매 고객에 0.01%의 초저금리 할부 혜택을 준다.
아우디, 도요타, 폭스바겐 등도 가격 할인, 할부금액 일정기간 면제 및 할부금리 할인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판매 확대에 힘쓰고 있다. 현지 사정이 이러니 현대차로서도 마케팅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상우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주임연구원은 "인도 소비자들의 구매심리가 위축돼 있는데 업체들이 생산능력을 확대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인센티브 제도는 회계연도 시작 이후인 올 4월 이후에도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ironman17@fnnews.com 김병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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