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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님께

안녕하십니까.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님

서 회장님께서 "공매도 세력에 지쳐 셀트리온 지분 전량을 다국적 기업에 매각하겠다"는 폭탄 선언을 한 후 셀트리온의 주가는 나흘 만에 30%가 넘게 떨어졌습니다. 충성도가 높기로 소문난 셀트리온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도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일부는 사실로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회장님이 지분의 80%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셀트리온지에스씨의 주식담보대출에 대한 의혹입니다. 지난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레인보우폴리스'와 '인앤드아웃'이라는 일반법인과 체결한 주식담보대출이 바로 그것입니다.

본지가 지난 1월 셀트리온지에스씨의 '소유에 준하는 보유'라는 희한한 주식담보대출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을 당시 회사 측에선 유독 두 회사의 실명이 드러나는 것을 우려했습니다. 두 회사의 실명이 알려지자 주주들 사이에선 두 일반법인의 정체가 소액주주 대표의 회사라는 소문이 무성하게 퍼져나갔죠.

결국 회장님의 폭탄 선언 이후 이 소문은 소액주주 대표의 입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그럼에도 의구심은 여전히 남습니다. 본지의 확인 결과, 레인보우폴리스와 인앤드아웃이란 일반법인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폐기물 수집운반업과 부동산 시행사로 등록된 자본금 10억원 규모의 회사였습니다.

게다가 인앤드아웃은 지난 2009년 24억원, 2010년 55억원, 2011년 3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3년째 적자를 기록한 영세한 회사들이 어디서 557억원이란 거금을 마련해 회장님의 개인회사인 셀트리온지에스씨에 빌려줄 수 있었을까요. 모르긴해도 정치권 자금이 흘러 들어갔다는 터무니없는 풍문도 아마 여기서 비롯됐을 겁니다.


그러나 회장님께서 "국내 최고의 처우와 복지를 유지하고 있다"고 자랑하신 회사의 임직원들은 "셀트리온지에스씨는 돈을 빌렸을 뿐, 돈을 빌려준 쪽이 어떻게 자금을 마련했는지 알 수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만약 "그간 악성루머에는 적극적으로 해명해왔다"고 하신 회장님께 직접 여쭈었다면 아마도 명쾌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겠지요.

회장님께선 "회사에 대한 의혹과 문제제기가 반복 재생되고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오히려 회사 측에서 악성루머와 허위사실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숙고해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위 질문에 대한 답변 또한 기다리겠습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