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이 악착스러운 ‘잔소리쟁이 엄마’에서 벗어났다.
9일 개봉한 영화 ‘고령화가족’을 통해 윤여정이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쁘다’라는 말과 딱 어울리는 ‘고슴도치 엄마’로 변신, 자식을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의 끝을 보여준다.
극중 윤여정은 엄마 집에 빈대 붙어 사는 철없는 백수 첫째 ‘한모(윤제문 분)’, 흥행참패 영화감독 둘째 ‘인모(박해일 분)’, 결혼만 세 번째인 뻔뻔한 로맨티스트 셋째 ‘미연(공효진 분)’에 미연을 쏙 빼 닮아 되바라진 성격의 개념상실 손녀 ‘민경’까지 보듬어 안는다.
다 큰 자식들이 각자의 문제로 얼굴에 철판을 깔고 엄마의 집에 찾아와 얹혀살기 시작한 것.
이로 인해 평화로운 가정이 하루라도 조용할 날이 없지만 엄마는 늘 “밥은 잘 먹고 다니냐? 잘 먹어야 된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며 밥 해먹이기 바쁘다.
자식들끼리 치고 박고 싸우는가 하면, 외박하고 집으로 들어오지 않는 등 나이값 하지 못하는 행동들을 하더라도 왜 그렇게 사는지 ‘잔소리’를 하기보다는 무조건적으로 ‘수용’한다.
특히 주변에서 손가락질하는, 속만 썩이는 자식들인데도 없는 형편에 늘 고기반찬을 상에 올리며 자식들에 대한 애정을 뽐낸다.
그간 윤여정이 ‘며느리 전성시대’,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 가족드라마를 통해 현실적인 엄마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변화다.
윤여정 본인 스스로도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출연이 망설여졌던 것은 물론, 막상 촬영에 들어가서도 자신이 똑바로 연기하고 있는 건지 헷갈렸다고.
감독의 지시를 따르는데 충실했다는 그녀는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나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냈고 색다른 엄마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자식들을 휘두르는 게 아닌 휘둘리는 엄마지만 영화 속 담벼락에 핀 꽃 한송이처럼 사랑스럽다. 더욱이 그런 따뜻한 엄마를 보면서 관객들 역시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을 듯하다.
한편 나이 값 못하는 삼남매가 평화롭던 엄마 집에 모여 껄끄러운 동거를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고령화가족’은 9일 개봉했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image@starnnews.com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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