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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유비쿼터스 행정을 발전시키자/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여의나루] 유비쿼터스 행정을 발전시키자/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2012년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 등 많은 중앙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했다. 앞으로도 많은 기관이 세종시로 이전하게 돼 있다. 아울러 한국전력,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주요 공기업과 정부 관련 기관도 지역균형 발전 목적으로 각 지방으로 이전하게 돼 있다. 문제는 각 기관이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지게 돼 각종 회의, 업무협의 등에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요즈음 국무총리와 기재부 장관 등은 서울에 머무르는 날이 많다고 한다. 국무회의, 국회 출석, 각종 대외행사 등이 대부분 서울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차관 이하 간부들도 빈번하게 서울 출입을 하기는 마찬가지다. 요즈음 세종시 공무원들은 휴대폰으로 연락하면서 처음 하는 말이 "지금 어디 있느냐"라고 한다. 앞으로 9월부터 연말까지 정기국회가 열릴 터인데 종전 방식대로 업무를 추진하면 사실상 행정이 마비될 것이다. 거의 매일 국회의 각종 위원회에 장·차관과 주요 간부가 출석하고 수많은 직원이 수행하게 되면 세종시는 텅 비게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행정 처리 방식을 과감히 혁신해 보자. 세종시 이전을 계기로 우리의 업무 방식을 유비쿼터스 행정시스템으로 만들면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방식을 개발해 실생활에 정착시켜야 한다. 우선 국무회의 등 각종 회의부터 화상회의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김대중정부 말기에 격주로 화상 국무회의를 실시했다. 필자 경험으로는 별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국무회의뿐만 아니라 실무급 회의도 화상이나 인터넷을 이용한 회의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국회 회의 운영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현재는 의제가 광범위해 관련부처의 전 간부를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의제를 세분화해 제한된 사람만 불러서 회의를 하거나 상임위를 화상회의로 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국회의사당 회의실에서 질문하고 공무원은 세종시 회의실에서 답변하는 형식이다.

화상회의는 실제 시설비가 많이 들어 간단히 활용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전화회의나 인터넷, 스마트폰 등 다양한 정보기술(IT)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전화회의는 특별한 시설이 필요 없이 쉽게 실시할 수 있다. 필자가 여러 번 실시했는데 회의 주제가 단순한 경우 유용했다.

유비쿼터스 행정을 정착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공직자들의 행정 능률에 대한 관심이다. 특히 대통령, 장·차관, 국회의원 등 고위 공직자들의 인식이 중요하다. 회의를 주재하고 보고받는 입장에서는 화상회의, 전화회의, 인터넷보고 등이 직접 대면보고 받는 것보다 불편하다.

과거에 익숙하던 것을 새로운 것으로 바꾸면 처음에는 불편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힘 있는 윗사람이 대면보고를 선호하면 하급자는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고위 공직자들은 조금만 불편을 참고 전향적으로 생각하면 행정 능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 솔선수범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유비쿼터스 행정이 활성화할 경우 이는 원격진료, 원격교육 등 각 분야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어 우리나라 전체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게 할 것이다. 아울러 관련제품과 기술의 국제경쟁력을 높여 수출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화상이나 전화회의 등의 경우 보안 문제를 우려하는데 이것은 기술적으로 극복이 가능하다고 보며 오히려 우리나라 보안기술이 세계적으로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유비쿼터스 행정을 정착시키려면 시설·장비의 투자가 확대되고 행정 절차의 개선도 필요하다. 이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무총리실에 한시적으로 '유비쿼터스 행정 기획단'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