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서커스 마이클 잭슨 임모털 월드 투어 공연중 한장면.
[나고야=최진숙 기자] 거대한 백색천이 물결치며 바닥으로 흘러내리자, 그가 거기서 나왔다. 앳된 소년, 발랄한 청년을 지나 '불멸'의 '황제'까지, 그의 역사가 무대 위를 훑고 지나간다.
어린시절 회상을 담은 '차일드후드(Childhood)'가 그의 성전 '네버랜드' 세트위에 내려앉으면, 관객은 이 마법의 무대에 최면이 걸리기 시작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12개 기계팔을 단 무용수 '댄싱 머신(Dancing machine)', 요란한 굉음과 함께 등장하는 황금박쥐 '스릴러(Thriller·사진)'들로 무대는 요동친다.
한손으로 밧줄만 움켜쥔 채 13∼15미터 상공을 날아다니는 아크로바틱 곡예사들도 그의 음악속으로 들어왔다. 핑크색 비키니의 관능적인 여자 무용수는 갱스터를 따돌린 뒤 공중을 향해 순식간에 날아오른다. 이 여인은 허벅지와 등 근육만으로 밧줄을 옭아맨 뒤 유유히 상공을 가로질렀다. 이 때 나온 곡이 '데인저러스(dangerous)'다.
600개 LDE 조명칩이 삽입된 형광색 특수복을 입은 무용수 10명이 '빌리 진(Billie jean)'에 맞춰 춤을 출 때, 무대는 최고조에 이른다. 백스테이지 조명실에선 무선으로 이 열벌옷에 달린 6000개 LED 조명을 시시각각 조절해 무대 판타지를 완성시켰다. '맨 인 더 미러(Man in the mirror)'가 흐르고,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 옷을 걸친 마임 무용수 몸 위로 한줄기 조명이 모아졌다 사라지면, 이 마법의 시간은 끝난다.
초연(2011년)된 지 2년도 채 안됐지만, 100여개 도시서 200만명이 관람한 '태양의 서커스 마이클 잭슨 임모털 월드투어'공연을 지난 24일 일본 나고야 니혼가이시홀에서 봤다. 일본 관객들은 이 홀의 1만석을 전석 매진시키고도 폭발할 듯한 환호성을 내지르진 않았지만, 표정에선 벅찬 희열이 느껴졌다. 2부 '빌리 진'이 나올쯤 1층 대부분의 관객은 기립상태였다.
잭슨의 35곡 하이라이트 위주로 펼쳐진 이 공연은 콘서트 쇼무대가 보여줄 수 있는 첨단 테크닉, 스펙터클한 면모를 여지없이 뽐냈다. 256벌 의상, 대형 트럭 3대분량의 소품, 일반 농구장보다 더 큰 사이즈(492㎡)의 비디오 프로젝션 등이 무대를 쇼 격전지로 만들었다. 무대서 들려온 잭슨의 생생한 목소리는 그가 남긴 음원에서 정교하게 추출된 그의 육성이었다. 생전 잭슨과 함께 했던 동료, 스탭들은 평화, 평등, 화해의 메시지를 작품 전반에 흘리며 잭슨의 체취를 살렸다.
35곡 하나하나 충분히 음미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잭슨 광팬들에겐 상대적 아쉬움을 줄 수도 있다. 곡에 더 빠져들고 싶으나 그 순간, 무대는 다시 숨가쁜 회전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국내 공연은 오는 7월 10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내 체조경기장에서 펼쳐진다. 여기서 문제는 이 공간이 이 대형 아레나(체육관) 공연을 어느 정도 소화해낼 수 있을 지에 달렸다. 블록버스터 세트를 지지해줄 천장 기반이 약해 별도의 장치를 공수해와야하고, 이 장치를 운반하기 위해선 기존 출입구도 뜯어내야하는 대공사가 남아있다. 6만~16만원.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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