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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 지식재산 전쟁 시대] (3) 찰스 맥매니스 美 워싱턴대학교 교수

[국경없는 지식재산 전쟁 시대] (3) 찰스 맥매니스 美 워싱턴대학교 교수
찰스 맥매니스 워싱턴대 교수가 지난 22일 서울 워커힐로 쉐라톤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제3회 국제 지식재산권 & 산업보안컨퍼런스' 직후 인터뷰에서 '보호'와 '공유' 두 가지 관점에서 지식재산권의 의미와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보호할 것인가, 공유할 것인가. 두 주제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이는 필수적이지만 쉽지 않은 작업이다."

지난 22일 열린 제3회 국제 지식재산권 & 산업보안컨퍼런스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찰스 맥매니스 미국 워싱턴대 교수는 지식재산권(IP)을 '보호'와 '자유' 두 가지 관점에서 조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맥매니스 교수는 "IP라는 개념은 권리 보호장치로 작동하면서 개발자의 개발의욕을 북돋는 동시에 사용자의 자유권을 보장하는 장치다"라며 "최근 이 두 가지 견해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IP를 둘러싼 분쟁이 치열하다"고 지적했다.

―IP의 의미와 역할이 정확히 뭔지 설명해달라.

▲미국 법조인들에게 물어보면 보통 IP를 다루는 세부 항목으로 특허(Patent)법, 저작권(Copyright)법, 상표(Trademark)법, 영업기술보호(Tradesecret)법 네 가지를 꼽는다. 쉽게 말하면 다음과 같다. 최근 들어 특정 개인이 "내가 땅 혹은 물건 등을 소유하고 있다. 당신은 내 허락 없이는 이걸 쓸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이건 내 소유물이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지는데, IP는 이런 상황을 분명하게 정의해 중재하는 장치다. 특허법은 특허침해에 대한 분쟁을 방지하고 소유권을 사거나 팔 수 있도록 하고자 만들어졌다. 저작권법은 저작권을 최대한 복제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고, 상표법 또한 상표 사용에 대한 혼란을 방지하고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고안됐다. 영업기술보호법은 맥락이 조금 다르다. 나는 학생들에게 이 법은 상당히 사적인 상업영역에 있다고 설명한다. 특정 기업의 사적 상업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란 생각에서다. 이 법은 특정 권리 침해시에는 물론 어떤 계약을 한 상황에서 한쪽이 일방적으로 계약에 관한 사항을 누설하는 경우에 적용할 수 있다. 다른 법들보다 보호 성격이 훨씬 짙다.

―최근 IP를 둘러싸고 상당히 다양한 종류의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왜 분쟁을 할까.

▲특정 포인트를 지적해 말하진 않겠지만, IP 영역 내에서 계속 반복되는 문제들은 IP에 대한 가치관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바야흐로 어떤 것을 개발하고 창조해내는 것을 장려하는 시대다. 동시에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이런 개발 및 창조를 통해 얻은 결과물을 보호할 수 있을지 갑론을박을 한다. 물론 IP를 가진 사람들은 "내게 권리가 좀 더 주어진다면 그만큼 더 일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IP 관련법 전문가들은 이 법들이 결코 권리를 가진 사람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기 위해 생겨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대중, 공공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IP가 있는 한 대중이 필요 이상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최대한의 이익을 거둘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분쟁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이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적정한 수준의 대가를 책정해서 대중으로 하여금 이를 부담하도록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창작이나 개발을 장려하는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지나치게 과도한 보호를 적용하지 않음으로써 자유로운 접근을 허락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게 서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생산자와 IP 사용자 사이에 분쟁이 일어난다.

―IP는 공유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충분히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당신의 생각은.

▲나를 포함한 법 전공자와 일반적인 법조인의 생각이 대부분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 사실 이런 두 가지 견해 사이에서 접점을 찾기는 굉장히 어렵다. 이런 이유 때문에 IP가 점점 더 보수적인 성격을 띠게 되는 것 같다. IP를 보유한 사람은 최대한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길 원한다. 동시에 지식재산을 사용하고 소비하는 사람은 그 권리에 좀 더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법률가들은 보호와 자유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균형을 이뤄야 적당할지를 놓고 끊임없이 고민한다. 자유를 부여하자니 보호가 안 되고, 무작정 보호만 하면 자유권이 침해당한다. IP 개념 자체가 이런 혼란의 주요인이 되기도 한다. 저작권을 예로 들 수 있다. 저작권이라는 틀이 대체 보호를 하자는 건지 자유를 보장하자는 건지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질 때가 종종 있다. 중·고등학교나 대학에서 특정 음악 혹은 비디오 파일 등 매우 오래된 자료를 수업에 사용하려고 한다. 이때 누가 저작권자인지 찾을 수가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용료를 내야 하는데 누구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 상황에서 관련자들은 저작권이라는 개념을 매개로 접점을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이런 노력이 분명히 의미가 있기는 해도, 권리의 주체와 사용자의 책임을 분명히 하기 힘든 상황에서는 분쟁만 일어날 뿐 오히려 더 해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도, 미국 등 여러 나라의 IP시스템을 연구한 것으로 안다. 다른 국가들의 IP시스템을 서로 비교해 본다면.

▲다른 나라와 한국을 간단히 비교하겠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설립되기 전부터 이미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지식재산보호법을 더욱 강화하라는 주문을 받은 것으로 안다. 미국으로서는 한국이 미국시장에 계속 접근하고자 하는 한 한국이 IP 기준을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많은 한국인은 미국의 이 같은 요구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한국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에 있었고, 그 때문에 개발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때문에 한국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요하는 미국의 목소리를 외면하기보다 IP를 강화하는 측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이 필연적이고 유의미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는 특히 의약분야에서 두드러졌다. 한국뿐만 아니라 인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는데, 당시 전 세계적으로 제약산업에 보호장치가 가해졌고 많은 사람이 이 때문에 그 산업 종사자의 개발의욕이 꺾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나는 결코 그것이 관련자들의 의욕을 꺾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두 나라 모두 이런 논의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의 숙고를 통해 신중하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경제적으로 선진국 도약 단계에 있는 나라들은 트립스조약(TRIPs Agreement, 무역관련 IP협정)의 영향으로 IP가 한 차원 강화되면서 더 많은 비용을 치르게 되는 등 단기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국 이득이었다. 반면 개발도상국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이런 나라들은 국가가 제약산업에 일부러 더 많은 투자를 쏟아부어야 하는 구조다. 트립스조약에 따라 의약품과 의약품을 만드는 과정도 IP의 대상이 되면서 특허권자에게 최소 20년간의 독점권을 보장해줬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같은 개도국들은 싼 일반약을 만들 수 없게 됐고, 당연히 약은 비싸졌다. 약이 비싸지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더 많은 예산을 쓸 수밖에 없다. 자연히 이는 다른 산업의 투자 위축으로 연결된다. 트립스조약이 IP 거래를 좀 더 편리하게 만든 측면은 있지만 거래가를 치솟게 만든 면도 있다. 빈국은 트립스조약에 대응할 만큼 돈을 갖고 있지 않아서 문제다.

―미국 IP시스템의 장단점은.

▲장점은 앞서 말한 저작권·상표법 등이 개발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측면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아마도 계속 혁신적인 나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반면 최근 특허사무소들이 특허 소유권자 편에서 일을 하는 모양새로 변하고 있고 이런 분위기 속에 나온 특허들이 너무 광범위하고 모호한 점은 단점이다. 특허의 질이 얼마나 좋으냐에 따라 특허시스템 수준 또한 달라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특허의 질에도 점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만약 특허가 계속해서 모호하고 불분명한 성격을 띠면서 변질되면 결국 개발자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돼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다. 특허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경계선을 구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july20@fnnews.com 김유진 기자

[국경없는 지식재산 전쟁 시대] (3) 찰스 맥매니스 美 워싱턴대학교 교수

■ 맥매니스 교수는,지식재산법 전문가… 두 아들, 한국서 입양도

찰스 맥매니스 워싱턴대 교수는 지식재산법과 관련해 명망 있는 전문가로 손꼽힌다.

1964년 버밍햄서던대에서 학사학위를, 1972년 듀크대에서 철학석사와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소재 워싱턴대의 지식재산권 및 기술법 프로그램 디렉터로 일했다. 미국은 물론 유럽, 아시아, 남아메리카 등 다양한 국가의 대학 및 학회 방문교수로 지식재산권 시스템을 연구했다. 인도, 한국, 오만 소재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의 컨설턴트로도 활동했다.

그는 한국과 남다른 인연이 있다.
1993년 한국을 찾아 대전에 있는 국제지식재산연수원에서 풀브라이트 연구원으로 1년 동안 일하며 강의했다. 한국에서 입양한 두 아들의 아버지이고 이번 컨퍼런스까지 포함, 모두 열다섯 번이나 한국을 찾았다. 저서로는 '지식재산 & 불공정경쟁 요약(Intellectual Property& Unfair Competition in a Nutshell)'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