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사람이 바보스럽게 사는 게 가장 어렵다. 리더가 되고 싶으면 하인이 돼라."
이순우 우리은행장(사진)은 3일 서울 신촌동 연세대 백양관에서 가진 강연에서 말단 은행원에서 출발해 우리은행 행장에 이어 우리금융지주 회장까지 함께 맡게 돼 '직장의 신'으로 불리는 비결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 행장은 "리더가 되기 위해선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바보같이 성실하게 행동하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짧게 보면 요령을 부리는 이들이 이득을 볼 수 있지만 길게 본다면 조금 손해보더라도 바보스럽게 성실한 사람이 리더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행장은 "책상에서 앉아 지시만 하던 리더의 시대는 지나갔다. 앞에서 직접 하인처럼 이끌고 나가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부모가 아이들에게 아무리 공부하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도 직접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아이들 교육에 도움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운도 성실함 뒤에 따른다"
이 행장은 또한 "손자병법에서 최고의 장수를 용장·지장·덕장순으로 꼽고 있지만 그 뒤에는 '운장'이 있는 것 같다"면서 "말단에서 시작해서 회장까지 된 나의 경우가 운이 좋은 편에 속해서 운장에 속하는 것 같다. 학생들에게 그 운을 나눠주고 싶다"고 말해 강연장 학생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이 행장은 그렇지만 운도 끊임없는 노력 뒤에 따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입산해 공부하던 중 공부를 포기하고 내려오다가 도끼를 돌로 갈아서 바늘을 만들려는 사람을 보고 다시 산속에 들어가 공부를 했다는 '마부작침(磨斧作針)'이라는 고사성어에서 볼 수 있듯이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 행장은 자신의 경험을 빌려 멘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행장은 처음 은행에 입행했을 때 선배가 조금 바보스럽더라도 열심히 웃어야 고객의 마음을 잡을 수 있고, '침묵은 금'이 아니라는 조언을 그대로 실행해 큰 도움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중학교 입시에서 떨어지고 대학 입시에도 낙방해 2차로 대학(성균관대 법대)에 입학하는 등 인생이 실패의 연속이었다"며 학생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는 "태풍이 불어왔을 때 척박한 곳에서 자란 나무들은 깊게 뿌리를 내려서 많이 안 뽑혔지만 터가 좋은 수목원의 나무들은 쉽게 뽑히게 된다"며 이같이 비유적으로 설명했다. 이 행장은 우리은행 여자 농구단이 만년 꼴찌에서 올해 정규리그 우승, 한국 챔프전 우승, 아시아 W챔피언스 초대 챔피언에 올라 최강팀에 오른 예를 들면서 실패에 좌절하지 말라고 재차 주문했다.
■임기 내 우리은행 민영화 완료
그는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일류대 학생들의 자기소개서가 형편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기소개서는 자기를 설명하는 견본품 중 하나인 만큼 잘 서술해야 한다"고 말했다. 웃는 얼굴 표정과 정직, 성실과 같은 인간성이 은행들이 요구하는 신입사원이라고 이 행장은 덧붙였다.
이 행장은 새 정부 들어 은행의 역할도 더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를 말하면서 은행의 역할이 더 커졌다. 또 경제가 어렵고 힘들 때 은행이 제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장, 회장이 된다고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다. 산에 오를 때 꼭대기를 보고 가는 것보다 한 발짝 한 발짝 앞을 보고 정상을 가는 게 낫다"면서 "정상만 바라보고 가면 지쳐서 오르지 못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아울러 "붉게 익은 대추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태풍, 뜨거운 햇볕, 천둥, 벼락을 맞은 뒤에 대추가 익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행장은 우리은행 민영화에 대한 학생의 질문에 대해 "어려운 것을 한꺼번에 하려면 안 되고, 차근차근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식으로 진행해 1년 반 임기 중에 다 끝낼 것"이라고 답변했다.※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