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 선열과 국군 장병들의 혼을 기리고 충절을 추모하기 위해 이달에 가볼만한 호국.안보여행지 6곳을 추천했다(왼쪽부터 만해 한용운 생가,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 백야 김좌진 장군 생가).
■전쟁 아픔 간직한 '펀치볼과 두타연'
강원도 양구는 6·25전쟁 당시 가장 치열했던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그만큼 이곳에서 산화한 젊은 목숨이 얼마나 많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을지전망대에 올라 보면 북녘땅이 손에 잡힐 듯 가까우면서 금강산 봉우리가 아스라히 눈앞에 펼쳐진다. 그래서 하루하루 바쁜 일상을 벗어나 '통일'이라는 단어를 한번쯤 되새겨 볼 수 있는 곳이다.
펀치볼(해안분지)에서 3대 안보 관광지로 꼽히는 을지전망대와 제4땅굴, 양구전쟁기념관을 둘러보고 나서는 맑고 깨끗한 강원도의 청정 자연을 온몸으로 느껴볼 수 있는 트레킹 코스(두타연)를 추천한다.
이곳은 지난 2004년 개방되기까지 민간인 통제구역이었기 때문에 천혜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아울러 양구에 문화예술의 바람을 일으킨 박수근미술관을 비롯해 이해인 시문학관, 김형석·안병욱 철학의 집, 국토정중앙천문대, 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 광치계곡 등도 1박2일 일정으로 돌아보기 좋다. (033)480-2251
■평화와 전쟁, 서해의 보석 '백령도'
인천 옹진군 백령도는 우리 국토의 서쪽 끝이자 북쪽 끝에 자리해 있다. 중국 산둥반도와 190여㎞, 북한의 황해도 장연군과는 10㎞ 떨어진 거리다. 백령도와 인천을 오가는 뱃길이 200 남짓 되니 서울보다 북한, 중국과 더 가까운 셈이다. 이런 지리적 특수 상황이 백령도를 군사적으로는 물론 문화·경제적으로도 주목받게 만들었다.
조선 후기 서구 열강은 백령도를 통해 우리 땅에 기독교와 천주교를 전파하려 했고 6·25전쟁 때는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백령도는 평화와 전쟁, 사랑과 아픔이 공존하는 유일한 섬이라 할 수 있다. (032)899-2210
■분단의 현장, 희망의 땅 '경기 연천'
안보관광에서 경기도 연천을 빼놓고선 얘기가 안된다. 이곳의 승전초소(OP)와 1·21무장공비침투로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란 가슴 아픈 현실을 웅변해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남북한 관측소가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떨어진 거리는 불과 750m. 남북을 가르는 관측소와 초소의 팽팽한 철책만큼이나 대치 현장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는 평화로운 산, 들과 함께 노루가 뛰어다니고 새들도 훨훨 날아다닌다. 민통선 안에서는 농번기를 맞아 바쁘게 논밭을 일구는 농부들의 모습도 보인다. 언젠가는 남북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어 볼 수 있다. 1·21무장공비침투로에는 1968년 1월 청와대를 폭파하기 위해 휴전선을 넘어온 무장공비 31명이 이곳 경계 철책을 뚫고 침투하는 모형물이 실제처럼 전시돼 있다. 인근에는 안보관광지 말고도 구석기시대 유적인 연천 전곡리 유적과 신라 경순왕릉 등이 있다. (031)839-2061
■전쟁이 남긴 흔적, 거제포로수용소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은 6·25전쟁 당시 최대 17만3000명을 수용했던 공간으로 가슴 아픈 전쟁의 역사가 담긴 곳이다. 포로수용소가 거제시 신현읍과 연초면, 남부면 일대 1200만㎡에 세워진 것은 지난 1950년 11월 무렵이다. 당시 인천 상륙작전으로 급속하게 늘어난 포로들을 수용할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 휴전협정이 이뤄진 1953년 7월까지 거제포로수용소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디오라마관과 포로수용소유적박물관, 잔존 유적지 등은 당시 끔찍했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맑고 푸른 거제 바다를 만날 수 있는 거제조선테마파크와 도장포 바람의 언덕, 이순신 장군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는 옥포대첩기념공원, 산속의 쉼터 거제자연휴양림 등도 함께 돌아보면 좋다. (055)639-4178
■전북 무주 덕유산 기슭 '의병길'
덕유산 일대는 구한말 의병들이 활발히 활동한 곳이다. 그중 안성면 칠연의총에는 의병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많이 남아 있다. 당시 덕유산 기슭에 숨어 끊임없이 일본군을 공격하던 신명선 휘하 의병들이 이곳에서 모두 전사한 곳이기도 하다. 칠연의총과 칠연폭포를 거쳐 동엽령까지 이어지는 덕유산 의병길은 순국한 의병들의 한과 설움을 되새기며 걸어볼 수 있는 길로 좋다.
이곳에는 칠연의총뿐만 아니라 수많은 의병 활동을 펼쳤던 흔적들이 아직도 남아 나라사랑의 숭고한 뜻을 오늘에 전해주고 있다. 백련사 탐방로에는 의병장 문태서의 순국비가 자리해 있는가 하면 나제통문에는 의병장 강무경의 동상이 서 있다. 아울러 탐방로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어 좋고 구천동 계곡과 나란히 나제통문까지 이어지는 길 역시 드라이브 코스로 그만이다. 나제통문을 지나면 만날 수 있는 반디랜드는 오는 9일까지 열리는 무주반딧불축제에 맞춰 찾아보면 좋다. (063)320-2547
■충남 홍성, 항일운동 대가의 탄생지
'위험을 보면 목숨을 바친다'는 뜻의 견위수명(見危授命). 충남 홍성에서 태어난 백야 김좌진 장군과 만해 한용운 선생이 바로 견위수명을 몸소 실천한 항일운동가다. 이 같은 위인들이 조국 광복을 위해 목숨을 아낌없이 던짐으로써 지금의 대한민국이 가능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온가족이 함께 애국의 성지로 여행을 떠나볼 수 있는 이유다.
홍성에는 김좌진 장군과 한용운 선생의 생가, 사당이 보존돼 있는가 하면 기념관과 문학체험관, 민족시비공원 등이 잘 조성돼 있어 여행객에게 나라사랑의 진정한 의미와 정신을 일깨워 준다. 김좌진 장군 생가와 한용운 선생 생가는 약 6.5㎞ 떨어져 있어 차로 10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 위인들의 나라사랑 발자취 탐방에 이어 궁리 포구와 남당항 등 천수만 바닷가에서 맞는 시원한 바람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홍성의 매력이다. (041)630-1808
dksong@fnnews.com 송동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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