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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회책임투자 펀드 외면 받는다

사회책임투자(SRI) 펀드가 최근 경제민주화 바람과 함께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투자자들은 외면하고 있다. 특히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SRI 펀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올해 들어 3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15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준 국내 SRI 펀드에서 올 들어 빠져나간 돈은 3464억원에 달한다.

최근 1년 동안에는 5447억원이 이탈했다.

수익을 내지 못하다 보니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 국내 SRI펀드 수익률은 -9.37%로 부진하다. 반면 해외 SRI 펀드는 10.47%의 수익률을 거둬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5.56%)은 물론 국내외 채권형 펀드 수익률을 웃돌았다.

국내 SRI펀드는 단기 성과는 물론 3년 정도의 기간을 잡고 수익률을 살펴봐도 이들은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을 크게 밑돌고 있다. 최근 3년 평균 국내 SRI펀드의 수익률은 -6.18%에 머물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5.21%이다. 해외 SRI펀드는 18.91%였다.

국내외 SRI펀드의 수익률 편차가 큰 이유는 투자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해외 SRI 펀드는 미국이나 중국 에너지 기업 비중이 크다. 이들의 주가는 연초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국내 SRI펀드는 삼성전자, 현대차 등의 대형주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잇고 있어 체면을 구기고 있다.

SRI펀드로는 'KTB GREAT GREEN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 '미래에셋TIGER그린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 '미래에셋TIGER에너지화학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 '신영마라톤그린밸류증권자투자신탁(주식)ClassA', '트러스톤칭기스칸MKF녹색성장증권투자신탁[주식]A클래스', '마이트리플SRI증권투자회사[주식]_ClassC-3' 등이 있다.

사회책임투자는 기업뿐만 아니라 공기업을 중심으로 꾸준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 규모는 3월 말 기준 5조4335억원에 달했다. 국민연금은 2006년 11월 위탁운용사에 900억원의 펀드 운용을 맡기는 방식으로 사회책임투자를 시작했다.

사학연금의 사회책임투자 규모도 2011년 말 500억원에서 현재 1440억원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SRI펀드가 아직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기업의 인식이 부족하고 제도적으로 보완할 점이 많다는 것.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 등은 국민연금공단의 용역을 받아 작성한 'SRI 펀드의 사회책임요소 분석'을 통해 "SRI펀드가 사회책임투자라는 본연의 운용목적을 지키고 있는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SRI라는 이름이 아무 펀드에나 남발되지 않도록 금융투자협회나 금융감독원 측에서 분류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