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의 이사장의 장기간 공석이 임직원들의 기강해이로 이어지고 있다. 전산사고 하루만에 또 다른 전산사고가 터지면서 자본시장의 동맥이 흔들리고 있고, 직원들의 기강 해이로 경영평가는 바닥에 떨어졌다. 그런데도 거래소는 사고가 날 때마다 솔루션 제공업체의 문제 등 남의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16일 오전 1시50분께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 연계 코스피200 지수선물과 유렉스(EUREX) 연계 코스피200옵션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여의도 서울사무소내 정보분배시스템이 작동을 멈췄다고 밝혔다.
거래소측은 "전력 공급부에 설치된 애자(경질자기 등으로 만든 고체절연물)가 자연발생적으로 파손돼 전원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외부에서의 전력공급이 끊길 경우 비상발전을 실시하지만 이번에는 자체 전력선에서 문제가 생겨 조기 대처가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거래소는 CME와의 협의를 거쳐 50분만인 오전 2시40분께 CME 연계 코스피200 지수선물 거래를 평소보다 2시간 20분가량 조기 마감했다.
평소 야간선물 거래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야간옵션 거래는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이뤄진다.
다만 EUREX 연계 코스피200옵션 시장의 경우 해외 회원사들에서는 여전히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는지난 15일에도 오전 9시15분부터 66분 동안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코스콤이 운영하는 체크(CHECK) 등 모든 시세 단말기에 코스피지수를 최대 15분 이상 지연 전송했다. 이는 지수통계를 담당하는 메인시스템이 이상을 일으킨 상황에서 백업시스템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증권가에선 연이은 사고에 한국거래소의 시스템 안정성에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김진규 거래소 이사장 직무대행은 물론 모든 임원들이 나몰라 한다. 시급히 추진해야할 사업들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임직원들의 기강해이 문제가 대형 전산사고로 이어질 경우 자본시장은 혼란에 빠질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원들이 추진한 사업이 잘못될 경우 책임소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판단에 손을 놓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각종 사업은 표류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새롭게 처리해야 할 대체거래소(ATS)와 장외청산거래소(CCP) 등은 보류돼 있다. 증시 위기상황에 대한 대처도 어려운 상황이다.
거래소의 무사안일 태도는 기획재정부의 2012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가 잘 말해주고 있다. 전임 김봉수 이사장이 임기를 1년여 남겨둔 지난해 거래소는 전년 B등급에서 D등급으로 추락했다. 기획재정부는 방만 경영을 개선하기 위한 감사의 역할이 부족했다는 판단이다.
당시 이석준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거래소는 방만경영 등에 대해 감사의 역할이 기대되는 곳인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투명 윤리경영, 공시감독 모니터링 하는 역할이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전산장애가 투자자 피해는 물론 자본시장의 혈맥을 끊어 놓을 수 있다는 지적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에서 조그만 전산사고라도 금융시장을 혼란데 빠뜨릴 수 있다"면서 "자본시장의 한축을 담당하는 거래소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mh@fnnews.com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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