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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장마 길어져 농수산물값 급등.. 근심 가득한 전통시장

[현장르포] 장마 길어져 농수산물값 급등.. 근심 가득한 전통시장
예년보다 길어진 장마로 일부 농수산물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18일 손님 발길이 뜸한 서울 제기동 경동시장의 채소 상점.

#. 이번주 월요일(15일)부터 채소 가격이 갑자기 오르더니 지난주 대비 두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장마 때문에 한동안 채소 가격은 계속 오를 것 같습니다. -서울 광장시장 S상회 조모씨(65)

#.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전통시장까지 나왔는데도 채소가격이 너무 올라 부담스럽습니다. 앞으로 더 가격이 오를까 걱정입니다. -주부 김모씨(55)

최근 중부지방 일대에 정체된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서울 시내 농수산물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주부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에 연이어 폭우가 쏟아지면서 농수산물 수급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 남양주·포천 등 상추, 열무, 시금치 일부 농가의 밭이 침수되면서 엽채류 가격이 최근 두 배 가까이 오른 데다 이번주에는 과일값 또한 상승세여서 소비자들의 생활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1주일새 2배 급등, 손님 뚝

18일 찾은 서울 시내 전통시장에서는 길어진 장마로 인한 물가 인상 여파가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었다.

서울 제기동 경동시장에서 야채상가를 운영하는 신모씨(46)는 "경기도 남양주나 포천 일대에 비가 쏟아지면서 서울로 들어오는 엽채류 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 그나마 공급도 원활치 않아 가격이 오르고 있다"면서 "상추나 열무 같은 채소들은 더운 날씨 때문에 남부지방에서 운송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광장동 광장시장에서 H상회를 운영 중인 김모씨(56)도 "이번 주 들어 장마 때문에 물건 값이 엄청 올라 지난주 개당 200원에 팔았던 오이를 지금은 500원씩에 팔고 있다"면서 "이렇게 물가는 오르고 비까지 오니까 손님들이 없다"며 한숨지었다.

실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열무(1.5㎏.중)의 이번주 평균 도매가는 1893원으로 지난주 도매가(731원) 대비 159% 올랐으며, 상추 적엽(4㎏.하) 역시 지난주 대비 95.8%가량 오른 1만5596원에 거래되고 있다.

높아진 수온에 장마까지 겹쳐 어획량이 크게 줄어든 수산물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광장시장 내 Y 수산물 도매점 관계자는 "민어 가격이 지난주에 비해 30% 이상 오르더니, 이번주에는 갈치 가격도 덩달아 ㎏당 2만원가량 올랐다"면서 "특히 민어는 제철 생선이지만 유통량이 전년 대비 절반 수준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농수산물 가격이 급등하며 소비자들이 느끼는 부담 역시 가중되고 있다. 이날 광장시장을 찾은 전모씨(70)는 "원래 갈치를 사러 나왔지만 너무 비싸서 고등어를 골랐다"면서 "우리 같은 서민들은 생선 먹기도 힘들게 됐다"며 한숨지었다.

■대형마트도 반영, 식탁 물가 '부담'

그나마 가격 상승 폭이 적었던 대형마트들도 이번주부터 인상분이 반영돼 서민들의 가계 부담이 늘 전망이다. 대형마트의 경우 도매가격 상승분을 평균 5일 정도 시차를 두고 반영한다.

A마트의 경우 이날 기준 애호박(1개) 가격은 2500원으로 지난주 750원에서 233%나 뛰었다. 주키니호박(1개)도 2200원으로 전주(1200원)보다 83%가량 인상됐다.

열무는 지난주 1500원에서 3500원으로 133%나 올랐다. 예냉적상추(1봉)도 3500원으로 전주보다 169% 인상됐다. 시금치(1단)도 42% 오른 4000원에, 오이(1개)는 46% 오른 1300원에 내놨다.

A마트 관계자는 "중부지방에 호우가 집중되면서 상추, 시금치 같은 엽채류의 상품성이 떨어졌다"면서 "중부지방의 폭우가 다음주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봐서 약 2주간은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B마트에서도 이날 적상추(200g) 가격은 2480원으로 전주(1250원)보다 98.4% 올랐다. 열무(800g)도 지난주보다 22.5% 오른 2180원, 시금치(300g)도 36% 오른 31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강원 춘천지역에 침수 피해가 발생하면서 오이(5개입)는 62% 오른 3080원에 내놨다.

B마트 관계자도 "엽채류의 경우 한번 물에 잠기면 판매가 불가능한 만큼 다음주쯤 일부 품목의 경우 가격이 더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철 과일의 경우 장마와 무더위 영향에 따라 일부 품목은 오름세다. A마트에서 수박(8㎏)은 지난주 1만6500원에서 1만8000원에, 복숭아(5∼8개입)는 지난주 1만2000원에서 48% 오른 1만7800원에 판매 중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품질관리팀 관계자는 "길어진 장마로 인해 시장 반입량이 감소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농수산물 시세가 오르고 있다"면서 "일부 채소의 경우 우기로 인한 짓무름과 부패 등이 발생해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성초롱 기자 박종원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