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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감사위원·이사 선임때 대주주 의결권 제한은 세계적으로 유례 없어”

[특별기고] “감사위원·이사 선임때 대주주 의결권 제한은 세계적으로 유례 없어”

지난달 17일 입법 예고된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회사(이하 대규모 상장기업)의 경우, 감사위원 분리선출 의무화, 집중투표제도 의무화, 집행임원제도 강제도입, 전자투표제도 의무화 등 많은 혁신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다중대표소송제도를 도입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한다는 것은 예를 들어 7명의 이사를 둔 회사에서 3명의 감사위원과 4명의 이사를 주주총회에서 각각 따로 선출한다는 것이다. 감사위원만은 확실하게 소액주주들이 선임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그 취지이다. 사내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최대주주만은 자신의 주식은 물론 그 6촌 이내의 혈족이 가진 모든 주식을 합하여 그중 3%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고, 2대 주주 등은 그 자신이 가진 의결권의 3%만 행사할 수 있다. 또한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모든 대주주의 의결권이 일괄적으로 3%로 제한된다. 이와 같이 대주주들의 의결권이 제한되므로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감사위원이 선임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특히 집중투표제도를 이용하면 1명 이상의 감사위원을 소액주주가 선임하게 되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집중투표란 각 주주는 주주가 가진 주식 수에 선임할 이사의 수를 곱한 만큼의 의결권을 가지며, 이 의결권을 주주가 추천한 이사에게 몰아줄 수 있는 제도이다.

그런데 이것은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감사위원은 감사위원이기 이전에 이사이다. 그러므로 이사를 선임할 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이 된다. 감사 또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위헌적인 규정인데, 이제 이사의 선임에까지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나는 위헌일 가능성이 크다. 본래 상법에 따르면 감사를 선임할 때는 집중투표를 할 수 없고 이사를 선임할 때만 집중투표를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제는 감사위원인 이사를 선임함에 있어서도 집중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아무래도 부당하다. 소액주주들은 사내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의결권 상실비율이 훨씬 크기 때문에 사외이사인 감사위원보다도 사내이사인 감사위원의 선임에 집중할 것이다. 이 경우 사내이사인 감사위원이 선임돼 회사에 상근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 자가 실제로 소액주주의 대표일 것인가? 대규모 상장회사의 소액주주가 감사위원을 선임할 만큼의 대량의 주식을 보유하기는 사실상 어렵고, 결국 기관이나 펀드만이 가능할 것이다. 결국 기관과 펀드의 대표가 이사회에 진출하게 되며, 이 자는 집행임원의 선임에까지 관여하게 된다.


감사위원은 이사이기 때문에 이사회에서 의견대립이 빈발할 수 있으며, 이사 간의 의견대립으로 신속한 의사결정과 강력한 사업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 펀드는 과거의 성향에 따라 기업의 핵심 정보를 뽑아낸 후 수천억원의 차액을 얻고 떠난 기업사냥꾼도 있었다. 이번 상법 개정안은 소액주주 보호가 아닌 펀드 보호를 위한 법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