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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일본 중부]日 알프스에서 반딧불이와 함께 캠핑을

【일본 도야마·나가노·기후현=김용훈 기자】밥벌이의 고단함이 반복되는 가운데 삶의 '쉼표'를 찍고 싶다면 일본 혼슈의 중부지역으로 떠나보기를 권한다.

도야마현의 작은 어촌마을 히미에서는 온천수에 발을 담근 채 바다 넘어 다테야마 연봉의 경관을 즐길 수 있고, 울창한 숲이 우거져 일본 알프스라 불리는 나가노현 숲속마을 하쿠바에선 늦은 밤 고요한 아오키 호수에 배를 띄우고 반딧불이가 밝히는 수줍은 설레임도 느낄 수 있다.

기후현 신호타카온천에는 '미슐랭 그린가이드 재팬'에 소개되기도 했던 해발 2156m의 절경으로 안내하는 일본 최초의 2층 로프웨이(곤돌라)가 대기하고 있고, 옛 에도시대의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역참마을 마고메쥬쿠의 오솔길을 산책하며 혼자만의 사색에 젖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먹을거리도 일본 중부지역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다. 도야마현 히미에선 정치망으로 갓 잡아올린 싱싱한 방어의 참맛을 즐길 수 있고, 기후현에선 일본 와규 중에서도 최상급으로 꼽히는 히다규를 달착지근한 일본 된장에 구워먹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도야마현', 다테야마 보며 방어 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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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야마는 '방어'로 유명하다. 여름철엔 샤브샤브로 먹는다. 사진은 히미시 료칸 '우미아카리'의 석식.

인천국제공항을 떠나 1시간 50분이면 도야마국제공항에 도착한다. 도야마는 일본 47개 현 가운데 8번째로 소득이 높은 현이지만 그 외관은 한적한 시골이다. 한 여름에도 만년설을 유지하는 구로베 협곡과 높이 3000m의 큰 연봉으로 이어진 거대한 다테야마를 눈 앞에 두고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보다 여행객을 사로잡는 것은 도야마만에서 잡히는 싱싱한 먹거리들이다. 게다가 최근 도야마시는 '도야마만 초밥'이란 정형화된 메뉴를 만들어 도야마시 61개 초밥집에서 최소 2000엔 최고 3500엔이면 제철에 잡히는 각종 어종으로 만든 10종류의 초밥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송어스시'는 일본 내에서도 유명하지만 송어스시에 뒤지지 않는 것이 바로 '방어'다. 오죽하면 그 별명이 '도야마만의 왕자'다. 도야마의 작은 어촌 히미에서 매일 새벽 정치망으로 통해 잡아올리는 신선한 방어는 회로 즐기기에는 12월이 제철이지만, 여름에도 샤브샤브를 통해 그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의 히미의 숙박업소에선 다테야마 연봉을 눈앞의 안주 삼아 방어와 사케를 즐길 수 있다.

도야마시는 일본 만화 도라에몽의 팬이라면 빠뜨릴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후지코 F. 후지오의 고향으로 도야마시에서 히미시로 이어지는 곳에는 '만화 로드'가 이어져있다. 일본의 국보 가운데 하나이기도 한 다카오카역 인근 즈이류사를 둘러본 후 도라에몽 트램을 타고 도시를 한번 둘러보는 것도 괜찮은 코스다.

◆'나가노현', 반딧불이와 함께 캠핑을

[여행-일본 중부]日 알프스에서 반딧불이와 함께 캠핑을
나가노현의 EX어드벤처. 지상 8~12m의 높이에서 아찔한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1998년 동계올림픽으로 유명한 나가노현은 도야마현에서 버스로 1시간 남짓 거리다. 일본 알프스로 유명해 스키 등 겨울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알려졌지만, 이곳을 '안다'고 하는 이들은 겨울보다 여름부터 가을을 더욱 선호한다. 특히 캠핑족들에겐 하쿠바 마을의 아오키호수 주변은 천국으로 꼽힌다.

울창한 숲 가운데 눈 녹은 물로 생성된 투명한 호수를 두고 캠핑을 하는 것도 가슴벅찬 일이다. 여기에 더해 깜깜한 밤 보트를 타고 나가 반딧불이가 밝히는 속삭이는 듯한 빛을 즐길 수 있다. 이곳을 다녀간 여인들이 프로포즈를 한다면 이곳에서 해야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 곳이다. 물론 아이들을 위한 자연체험학습장으로도 딱이다.

아이들과 함께 보다 역동적인 레포츠를 즐기고 싶다면 하쿠바EX어드벤처로 가면 된다. 기존 놀이동산이 움직이는 전동기구에 단순히 몸을 맡기는 식이라면 하쿠바EX어드벤처는 보다 적극적인 놀이라고 할 수 있다. 지상 8~12m의 높이에서 외줄타기, 암벽등반 등으로 구성된 코스를 즐길 수 있다. 줄 하나에 의지하는 것이긴 해도 안전조끼만 제대로 갖춰 입는다면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

또 하쿠바에서 버스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아즈미노에는 일본 최대의 고추냉이 생산지 가운데 하나인 다이오와사비농장이 있다. 도쿄돔 11개를 합쳐놓은 15㏊(헥타르·4만5000평)에 달하는 거대한 농장으로 북알프스의 눈 녹은 물로 고추냉이를 재배하고 있다. 농장 내에서 고무보트 레프팅을 즐길 수도 있고 알싸한 고추냉이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도 있다.

◆'기후현', 절경과 온천 그리고 히다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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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현의 마고메주쿠. 에도시대, 에도와 교코를 연결하던 도로 나카센도의 43번째 역참마을.

기후현은 일본 알프스 본연의 매력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기후현 오쿠히다에서는 야리카다케산(해발 3180m) 오쿠호타카다케산(해발 3190m) 등을 둘러볼 수 있다. 등산을 할 수도 있지만 일본 최초의 2층 로프웨이를 타고 울창한 일본 알프스의 절경을 즐길 수 있어 부담이 없다. 로프웨이를 타면 15분 만에 해발 2156m까지 오를 수 있다. 내려오는 길 따뜻한 온천수에 지친 발을 풀어줄 수도 있다.

기후현에서 빠뜨려선 안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일본 3대 온천인 게로온천. JR다카야마본선 게로역 주변에는 료칸이 쭉 늘어서 있고 어디에서든지 온천을 즐길 수 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히다가와강에 게로온천의 분출지이자 노천탕인 가와하라온천이 특히 유명하다. 료칸에서 온천을 했다면 저녁식사로는 일본 와규 중에서도 최상급으로 분류되는 히다규를 먹어보자. 그대로 육즙을 즐겨도 좋고, 달착지근한 일본된장과 함께 구워먹어도 맛있다.

일본 중부지역의 마지막 코스는 역참마을 마고메주쿠가 좋다.
에도시대, 에도(도쿄)와 교토를 연결했던 도로였던 나카센도(530㎞)에는 69개의 역참마을이 있었고, 마고메주쿠는 이중 43번째 마을이다. 교토의 '철학의 길'보단 아담하지만 사색하면서 걷기엔 이보다 좋을 수 없다. 길 좌우에 늘어선 가게에서 에도시대 이 길을 지나다니던 이들이 즐겼다는 밤으로 만든 밤맛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여행을 정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fact0514@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