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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선수 뺀 국내 메이저대회, 흥행·내실 ‘두마리 토끼’ 잡는다

해외 선수 뺀 국내 메이저대회, 흥행·내실 ‘두마리 토끼’ 잡는다
내실을 다진다는 차원에서 해외 유명 선수 초청을 줄이고 국내 선수들의 골프 대잔치로 정착을 모색하고 있는 한국오픈 측이 올해 제56회 대회에 유일하게 초청한 로리 매킬로이.

국내 골프대회 트렌드가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국내서 열린 대회 중 메이저급 대회는 경쟁적으로 세계적 스타 플레이어를 초청하는 것이 유행이 되다시피했다.

특히 이런 현상은 여자보다는 남자쪽 대회가 더 많았다. 스타 플레이어를 국내로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다름아닌 초청료, 즉 어피어런스 머니가 그것이다. 초청료는 선수의 급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모셔오기 위해서는 30억원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또한 평균치에 불과하다. 초청하려는 쪽이 많으면 많을수록 초청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아 한마디로 부르는 게 값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른 선수들의 초청료는 우즈의 초청료부터 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우즈를 초특급으로 분류했을 때 그에 약간 미치지 못하는 특급 선수는 대략 15억~20억원 선에서 초청료가 결정된다고 보면 무방하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서 활동하는 국내 선수를 모셔오는 데도 PGA투어 우승 경력이 있는 선수라면 3억~5억원의 초청료 외에 체재비 일체를 주최측이 부담해야 한다.

주최측이 해외 유명 선수를 경쟁적으로 모셔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대회의 흥행을 위해서다. 그렇다면 주최측 입장에서 비용 대비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게 되는 걸까. 내셔널 타이틀인 한국오픈선수권대회의 실무 책임을 맡고 있는 코오롱 인더스트리 FnC부문 강위수 부장은 "유명 선수를 초청하게 되면 골프팬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는 분명한 효과가 있다"며 "하지만 마케팅 효과 측면에서 볼 때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면서까지 그들을 초청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오픈의 주최사인 ㈜코오롱은 다음 달 17일부터 나흘간 충남 천안 우정힐스CC에서 열리는 제56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에 세계랭킹 4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한 명만을 초청하기로 했다. 2009년(공동 3위), 2011년(2위)에 이어 세 번째 출전이다. 매년 2~3명의 유명 선수들을 초청했던 전례와는 분명 달라졌다. 그동안 한국오픈에 출전한 스타 플레이어는 어니 엘스(남아공), 비제이 싱(피지),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이안 폴터, 성대결을 펼친 로라 데이비스(이상 영국), 존 댈리, 리키 파울러(이상 미국), 이시카와 료(일본) 등 부지기수다. 한마디로 우즈와 필 미켈슨(미국)을 제외한 당대 최고 선수들이 한국오픈 무대를 밟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대회는 당초 해외 유명 선수 없이 치를 계획이었다. 그런데 매킬로이가 아시아 지역에서 개최되는 몇 개 대회에 출전하게 됨으로써 그 일정과 자연스럽게 연계되면서 한국오픈 출전이 성사됐다. 게다가 올 시즌 극심한 슬럼프로 이전에 비해 초청료가 대폭 낮아졌다는 것도 매킬로이를 쉽게 초청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이에 대해 강위수 부장은 "올해 대회는 진정한 내셔널 타이틀 대회로서의 정통성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예년과 달리 해외 유명 선수 초청보다는 국내 선수들의 '골프 대잔치'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향후 상금 규모를 더욱 늘리고 문호개방을 위해 예선전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오는 26일부터 나흘간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GC에서 열리는 제29회 신한동해오픈도 거의 매년 이어져 오던 해외 선수 초청 없이 순수 국내 선수들로만 대회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올해 대회 콘셉트는 한마디로 '모여라! 코리안 브러더스'다. 다시 말해 국내 톱프로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과 일본에서 활약하는 한국산 스타 플레이어들이 대거 출전해 자존심을 건 '골프 페스티벌'을 갖게 된다.

출전 선수는 PGA투어 HP바이런 넬슨 챔피언십 우승자 배상문(27·캘러웨이)을 비롯해 PGA 2부투어인 웹닷컴투어서 활동 중인 디펜딩 챔피언 김민휘(21), 2010년 일본프로골프(JGTO)투어 상금왕 김경태(27·이상 신한금융그룹), 올 JGTO투어 일본PGA챔피언십 니신컵누들컵 챔피언 김형성(33·현대하이스코), PGA투어 퀄리파잉스쿨 수석 합격자 이동환(26·CJ오쇼핑) 등이 출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에 맞설 국내파로는 일본과 국내 무대를 병행해 활동하며 코리안투어 대상 포인트와 상금랭킹 1위에 오른 류현우(32), 혜성처럼 등장한 중고신인 김태훈(28), 전통의 강호인 '가을 사나이' 강경남(30·우리투자증권), 원조 '꽃미남' 홍순상(32·SK텔레콤) 등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골프대회는 해외 유명 선수 출전 여부에 관심이 쏠린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제는 우리 선수들도 세계무대에 꾸준히 진출해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고 있는 등 선수층이 두꺼워진 만큼 한국 선수들만으로도 충분한 흥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해외 스타 플레이어 초청 무용론을 주장했다. 그러나 국내 골프팬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선 존재감 있는 해외 선수 초청은 당분간 필요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그 귀추가 주목된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