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가 열리는 곳은 해방 직후 낡은 사진관. 늙은 휘가 웅크리고 앉아 사진관을 정리하고 있다.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노신사가 문을 열고 들어와 여인의 사진을 찾는다. 명성황후의 얼굴이다. 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휘는 이 노신사가 황후의 조카 민영익임을 알아차린다. 1897년 황후의 국상날이 무대 위로 포개진다.
서울예술단의 근대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는 대한제국 비운의 여인 '명성황후'를 새롭게 그린 작품이다.
총명한 여자아이의 궁궐 입성기에 비장한 최후를 엮었던 뮤지컬 '명성황후'와는 이야기 색깔과 접근 방식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1930∼1940년대 일제 강점기 낡은 사진관을 배경으로 황후의 남겨지지 않은 사진에 대한 미스터리한 에피소드가 현실과 과거를 오가며 펼쳐진다. 황후의 진짜 사진이 전해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천의 얼굴 황후의 실제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까, 황후가 죽지 않았다는 주장은 혹시 사실이지 않을까. 무대는 이 같은 질문을 던지며 미스터리 판타지 형식으로 극에 흥미를 불어넣는다. 뮤지컬 '명성황후'가 황후의 고전적인 일대기라면, 이 작품은 황후의 삶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과 해석으로 볼 수 있다. 작품을 맡은 이지나 연출은 "당시 조선땅에 이 여인에 대한 평은, 같은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명성황후의 이야기를 모던하고 파격적인 드라마로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극본·작사는 장성희, 작곡은 민찬홍이 맡았다. 명성황후는 뮤지컬 배우 차지연이 연기한다. 그간 속시원히 볼 수 있는 작품이 드물었던 서울예술단에 새로운 전기를 제공하는 무대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공연은 오는 22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4만∼8만원. (02)580-1300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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