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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르네상스’ 용두사미 위기] (상) 한강르네상스

[‘서울 르네상스’ 용두사미 위기] (상) 한강르네상스
지난 2009년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전략정비구역(압구정.여의도.이촌.합정.성수)과 유도정비구역(잠실.반포.구의자양.당산.망원) 등 총 10곳이 지정된 가운데 3년여 만에 성수전략정비구역 한곳만 남게 됐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 전경.

'한강르네상스, 남산르네상스, 서남권르네상스, 동북권르네상스.'

한때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 '르네상스'라는 단어가 유행이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이들 르네상스는 탄생 몇 년도 안돼 대부분 실종된 상태. 르네상스 발표에 널을 뛰던 해당 지역 집값은 안정을 되찾았지만 더 나은 환경을 바라던 지역주민과 손실만 입은 투자자들의 가슴은 까맣게 탔다. 파이낸셜뉴스는 오세훈 전임 서울시장 시절 청사진이 제시된 '르네상스' 가운데 부동산 개발과 관련된 한강.서남권.동북권르네상스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지난 2009년 오 전 시장은 사유화.독점화돼 온 한강 공공성을 회복한다며 한강변에 50층짜리 초고층아파트를 대거 건립하는 내용의 '한강 공공성 회복 선언'(한강르네상스)을 했다.

구체적인 계획 실행을 위해 한강변 인근 10곳을 전략정비구역(압구정·여의도·이촌·합정·성수)과 유도정비구역(잠실·반포·구의자양·당산·망원)으로 지정했다.

이들 지역은 발표 후 3개월여 만에 지분 가격이 2배 이상 오르는 등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으나 발표 3년여가 흐른 지금은 10곳 중 9곳이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렸다.

■성수지구 외 모두 자동 무산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략정비구역 5곳 중 성수지구를 제외한 합정·여의도·압구정·이촌 등 4곳은 지난 3월 28일자 서울시보를 통해 모두 지구단위계획구역 결정이 실효 고시됐다. 지난 2009년 구역결정됐으나 이로부터 3년 이내에 지구단위계획이 결정되지 않아 효력을 잃은 것이다.

하나 남은 성수지구도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황. 성동구청 관계자는 "지금은 추진위원회에서 조합으로 가는 과정에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된 바는 없다"고 전했다.

3년 만에 이 지역 지분값도 크게 떨어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지분가격은 지난 2009년 1월 한강르네상스 발표 당시 3.3㎡당 3000여만원에서 5월 말 6000만~8000만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2011년 1월 4883만원, 2011년 12월 4689만원, 2012년 12월 3920만원까지 떨어진 뒤 올해 6월 기준 겨우 3947만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현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성수동은 한강변 전략정비사업이 지지부진해진 데 따른 실망감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 하락이 겹치면서 맥을 못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자동 실효된 지역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합정전략정비구역의 경우 해제되면서 이 지역 빌라 매매가가 2009년 대비 40%가량 내렸다. 현지 M공인 관계자는 "과거 매일 투자자들의 문의가 이어졌는데 지금은 1주일에 한두명도 안 된다"고 전했다.

현지 S공인 관계자도 "빌라 대지지분 3.3㎡당 4000만원 정도 하던 매물이 이제는 2800만원 이하로 하락했다"며 "불과 2년 전만 해도 재개발 메리트가 있어 매매가 상승세였지만 이제는 발전소 이전 유명무실에다 전략정비구역이 해제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락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3.3㎡당 아파트 매매값도 급락했다. 여의도전략정비구역 내 아파트의 3.3㎡당 매매가는 2010년 12월 2643만원까지 올랐으나 올해 9월 현재 2213만원으로 주저앉았다.

이뿐만 아니라 잠실·반포·구의자양·당산·망원 등 유도정비구역 5곳도 모두 자동 실효처리 됐다. 서울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 결정이 되지 않으면 자동 실효가 된다"며 "이후의 재개발.재건축 등 사업 추진 주체는 소유자가 되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동의율을 확보, 진행시켜 나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구체적 관리방안, 2년 후에나

부동산업계에서는 이제 한강변의 부흥을 꿈꾸지 않는다. 투자수요 거래량이 줄면서 사실상 이 같은 기대감은 사라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전략정비사업이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점차 해당지역 매물을 구입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매매가도 크게 오르지 않고 추가 매입세 역시 붙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성수구역도 재개발.재건축을 위해 투자를 하고 매입하려는 움직임은 더 이상 보이지가 않는다"며 "향후 전세시장이 매매로 움직이면서 실수요자들 중심으로 움직임이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시는 대안으로 지난 4월 '한강변 관리방향 및 현안사업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기부채납 비율을 15%로 완화하는 한편 압구정.반포.이촌지구는 35층 이하로, 여의도나 잠실 등은 도심 내 중심기능을 지원할 수 있도록 50층까지 허용하기로 하는 등 큰 틀에서 방향은 제시했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사항은 미정이다.

시 관계자는 "지난 4월 관리방향을 설정하는 가이드방안을 제시한 후 현재 후속작업 중"이라며 "앞으로 2년에 걸쳐 만들어나갈 예정"이라며 "각 사업장 동향을 파악해 어떤 식으로 개발을 유도할지 고민해보겠다"고 덧붙였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고민서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