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열(近者悅)하면, 원자래(遠者來)합니다. 자원봉사를 시작할 때 제일 원칙이 돼야 하는 게 이겁니다."
지난달 29일 '자원봉사의 출발'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67·전 한국세무사회 회장·사진)은 '논어'에 나오는 이 글귀를 인용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그 소문을 듣고 구름떼같이 몰려온다는 이야기죠. 자원봉사의 원리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출발을 잘해야 봉사의 기쁨을 충분히 누릴 수 있습니다."
조 이사장은 남을 돕는다고 하면서 가정을 소홀히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과 가장 가까운 부모, 자녀, 친척, 직장 동료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 우선이자 시작"이라는 것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구나' 화법의 생활화도 제안했다. "아내와 자녀들의 말을 잘 들어주고 '힘들었겠구나, 기뻤겠구나'라고 적극 호응해보세요. 가족 간 유대감이 쑥쑥 올라갑니다."
그는 중증장애인 재활을 지원하는 석성일만사랑회 이사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한다고 해도 밤낮없이 밖으로만 다니면 가족들은 불만을 갖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근자열'이 되면 자원봉사에 날개가 돋습니다. 어느 날 보니 아내가 석성일만사랑회에 가입하겠다고 먼저 나서더라고요."
'근자열 원자래'의 힘은 곳곳에서 확인됐다. 조 이사장 내외는 지난 1994년 전국 장애인 서울대회 때 하반신 불수 중증장애를 앓고 있던 김성자 전도사의 서울 나들이를 도와준 적이 있다. 그게 인연이 됐던 김 전도사의 오랜 소망은 알고 보니 자기보다 힘든 이들을 위한 공동체 쉼터를 만드는 일이었다. 석성일만사랑회가 중증장애인 쉼터를 짓는다는 소식을 듣자 김 전도사는 따지지도 않고 자신의 땅을 내놨다.
석성일만사랑회는 1억여원의 성금을 모았지만 건축·기술적인 부분은 해결하지 못했다. 이 소식을 듣고 달려온 단체는 한국해비타트였다. 이곳과 건축 시행에 필요한 기술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협약까지 했다. 이로써 중증장애인 쉼터의 꿈은 성사됐다. 1호점 기공식은 오는 15일 있을 예정이다.
조 이사장은 "욕심을 버리면 당당해지고 자원봉사의 마음가짐도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건강검진을 해보니 지금 신체 상태면 16년 6개월을 더 살 수 있다고 나왔습니다. 언젠가는 세상을 떠난다는 사실이 피부에 확 와 닿았어요. 그러면서 돈을 모으는 것, '회장님' 소리를 듣는 게 참 헛되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욕심 부리지 말고 나누며 살아야겠다고 다시 다짐을 했어요." 지난 2010년 천안함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모든 업무를 대가 없이 자원봉사하기로 마음먹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조 이사장은 "자원봉사를 하면 '당'당하고 '신'나고 '멋'지게 살 수 있다. 욕심 없이 '져'주면서 살자"는 당부도 했다. 이 대목에서 외친 구호가 "자원봉사자, '당.신.멋.져'!"였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이다해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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