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이후 국내 증시에서 상장폐지로 인해 3조6700억원 규모의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허공으로 날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코스닥시장 시총 2위인 서울반도체 보다 1조2000억원이나 많은 규모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할 수 있는 집중투표제를 의무화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7일 민주당 김기준 의원(정무위)이 한국거래소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올 6월까지 코스피시장에서 상장폐지 된 개별 종목의 정리매매 직전 시가총액은 1조3029억원에서 1331억원으로 1조1697억원이 증발했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183개 기업이 상장폐지 당해 정리매매 직전 시가총액 2조 6519억원에서 1438억원으로 2조 5081억원이 사라졌다.
상장폐지로 인한 주식 역시 휴지조각으로 변했다. 코스피시장에서 자진 상장 폐지와 특수목적회사, 그리고 피흡수 합병된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38개 기업은 최종부도와 자본전액잠식, 감사의견 의견거절 등 상장회사의 기업 부실에 의해 이뤄졌다. 이들 기업의 정리매매 기간동안 주가 하락율이 90%에 이른다. 코스닥 시장장에서도 2010년 이후 181개 기업이 부실 등으로 상장폐지 됐으며, 정리매매 기간 동안 주가 하락율은 94.6%로 나타났다.
김기준 의원은 "기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소액주주들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분식회계, 부실 공시 등으로 갑자기 상장폐지가 될 경우 일방적으로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김 의원은 "소액주주들의 권한 강화를 위해 집중투표제를 의무적으로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10대그룹 상장 계열사 92곳 중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곳은 SK텔레콤과 한화생명보험 2곳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가 일정 자산 규모 이상의 상장사에 대해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상법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재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김 의원은 "상장폐지 징후가 있는 기업의 대주주나 우호 지분 소유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상장폐지 이전에 주식의 다량 매도를 해 소액주주들에게 폭탄을 떠넘기는 행위가 근절되도록 조사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kiduk@fnnews.com 김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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