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을 다니며 담배꽁초라도 주워보세요. 몸을 움직이며 하는 자원봉사가 정신, 영혼까지 성장시킵니다."
지난 6일 '봉사의 영성:기도와 노동'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유재경 영락교회 부목사(42·사진)는 "자원봉사가 전인적 성장의 밑바탕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목사는 노동을 목적에 따라 '생계적 노동' '수련적 노동'으로, 영역에 따라 '정신적 노동' '육체적 노동'으로 분류했다. 그는 이런 노동의 종류 중 "육체적 노동과 수련적 노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 자체로 즐기는 자원봉사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정신 노동을 많이 하는 사람이 육체적 노동을 안 할 경우 말뿐인 사람이 될 수 있어요. 목사들도 그것을 경계합니다. 저도 집안 화장실 청소며 음식물쓰레기 버리기, 이런 종류의 노동을 의식적으로 하려고 애씁니다. 정신적 노동이 많은 목사들도 계속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말만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요."
가톨릭 수도자나 종교인들이 노동을 중요시해온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유 목사는 말했다. "수련적 노동을 통해 이기심을 버리고 겸손한 태도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노동은 겸손을 가르칩니다. 낮은 곳에서 끊임없이 일하는 사람은 교만해지는 걸 경계할 수 있습니다. 종교개혁자인 칼빈과 루터도 사제가 하는 일만 거룩하다는 인식을 깨야한다고 강조했지요. 모든 노동의 가치를 존중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몸으로 하는 일은 피하고 정신적 노동만 추구하다 보니 경쟁은 심해지고 삶은 메말라진다"며 이런 현실에서 자원봉사의 소중함이 더 커지고 있다고 유 목사는 주장했다. 이런 차원에서 노동으로 이뤄지는 자원봉사를 통해 세상의 각박한 논리에서 벗어나 여유를 찾아보자는 제안도 했다. "직장에서 하는 노동은 의무이고 잘해내야 할 책임도 있지만 자원봉사는 사실 의무도, 책임도 없습니다. 자원봉사는 임무를 완수해서 대가를 받는 것이 목적이 아니니까요. 다만, 사랑하면 됩니다."
자원봉사를 하면서 잘해보겠다는 의지가 과해서도 안 된다고 조언했다. 봉사를 통해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는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원봉사가 목표 달성에 치중될 경우 더 이상 즐거운 마음이 솟구치지 않습니다.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서', 이것이 자원봉사의 근본입니다.
" 유 목사는 자원봉사를 하다 지치고 힘들 때 에너지 충전을 할 수 있는 비법도 알려줬다.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한 자원봉사도 어쨌든 노동은 노동이니 '손도 까딱하기 싫은 순간'이 올 수 있다는 것. "자원봉사일기를 써보세요. 자원봉사를 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나 소감을 쓰다보면 당시의 보람과 기쁨이 되살아날 겁니다. 감사의 마음이 쌓이고 에너지가 가득 충전될 겁니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이다해 수습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