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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美 디폴트 위기, 빚이 문제다

초강대국 미국이 국제사회의 골칫거리가 됐다. 빚 때문이다. 미국은 연방정부의 부채 상한을 법으로 정한다. 빚이 상한을 넘어서면 다시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의회 승인을 받기 전에 도저히 빚을 갚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채무불이행(디폴트)이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디폴트가 세계 경제에 몰고 올 파장은 상상을 초월한다. 당장 미국 국채(TB)에 투자한 한국·중국·일본 등은 돈을 떼일 수 있다. 더불어 슈퍼파워 미국의 위상 추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미국의 근본 문제는 빚에 쫓기는 상황이 해마다 되풀이된다는 데 있다. 2011년 8월에도 디폴트 위기가 있었다. 그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디폴트 데드라인을 불과 10시간 앞두고 부채상한 증액 법안에 서명해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당시 의회는 부채상한을 2조1000억달러 증액하되 향후 10년간 2조4000억달러의 지출을 삭감하기로 합의했다. 그렇지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S&P는 부채 감축이 불충분하고 정치권이 무기력증에 빠졌다는 점을 강등 이유로 들었다.

올해 초에도 아슬아슬한 순간이 있었다. 이때는 의회가 부채한도 적용을 석 달간 유예해 사실상 증액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디폴트를 피해갔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 결국 부채상한은 다시 꽉 찼고 오는 17일 데드라인이 다가왔다. 그러자 의회는 부채상한을 단 6주 동안 단기 증액하는 방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그래봤자 한 달 반 뒤면 또 데드라인이다. 땜질 기간만 점점 짧아지고 있다.

미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대미 최대 채권국인 중국의 주광야오 재정부 부부장은 지난 7일 "미국 정부가 디폴트를 막아 중국의 대미 투자 안전성을 담보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10일 "(디폴트가) 미국과 세계 경제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미국 정치권의 기싸움이 미국 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흉을 보았다.

현재 의회가 허용한 연방정부 부채 상한선은 16조7000억달러(약 1경8000조원)다. 미국 국내총생산(15조6000억달러·2012년)보다 많다. 모든 비극은 여기서 시작된다. 강 건너 불구경 거리가 아니다.
우리도 시나브로 나랏빚이 늘어나는 추세다. 고령화와 저출산, 복지 확대는 필연적으로 재정에 흠집을 낸다. 떵떵거리는 중국, 대꾸도 못하는 미국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