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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러 정상회담] 푸틴 러시아 대통령 “韓 세번째로 큰 대외무역 파트너.. 경제 협력 확대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깜짝 방문'이 있을 것으로 알려진 '제6회 한·러 비즈니스 다이얼로그' 현장. 13일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350여명의 한·러 기업인과 내외신 기자 10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푸틴의 입장을 앞두고 수십명의 청중들은 스마트폰을 높이 치켜든 채 행사장 정문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푸틴 대통령의 입장을 가장 먼저 스마트폰 카메라에 담기 위함이다. 또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에 푸틴 대통령을 보려고 앞으로 밀고 나오는 사람들 때문에 한·러 양국 경호원들은 크고 작은 실랑이를 벌였다.

예정시간을 30분이나 넘겨 도착한 푸틴 대통령은 지각 등장을 의식해서인지 매우 빠른 어투로 연설을 시작했다.

이번 '한·러 비즈니스 다이얼로그'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공식 방한한 푸틴 대통령의 일정표에 원래 없던 것이었다. 하지만 막판에 푸틴 대통령이 양국 기업인들을 직접 만나고 싶어한다는 뜻을 전하면서 급히 성사됐다. 지난 2008년 창설된 한·러 비즈니스 다이얼로그는 한국과 러시아에서 번갈아 개최되며 양국 기업 간 공식적인 대화 창구로 자리매김해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회담 일정에 앞서 기업인들과의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것 자체가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투자 독려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도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은 주요 20개국(G20)의 멤버로 과학 분야의 잠재력이 특히 뛰어난 국가"라고 평가하며 "20여년 동안 중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대외무역 파트너"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한국과 러시아 간 투자·교역량은 한·미, 한·중, 한·일과 비교했을 때 너무 미미한 만큼 양국 간 경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양국 간 무역구조 개편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단순 교역에서 벗어나 첨단기술 분야의 상호 협력, 응용과학 분야에서의 경험·기술 공유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조선업 분야에서 공동 생산 방식을 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아·태지역 중앙아시아 등 공동수송로 이용 참여를 촉구하며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공동인프라 구축을 위해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한다"면서 "정치적인 문제가 개입되긴 하지만 한국과 북한, 러시아가 얻게 될 경제적 이득을 생각하면 하루 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역할도 강조했다. "중소기업이 한·러 관계에 있어 충분한 평가를 받지 못한 게 안타깝다"면서 "중소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러시아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15분간의 연설 내내 진지한 표정으로 경제 협력 방안에 대해 언급했지만 말미에 재채기가 나오자 "한국에 오니 길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던데 그 이유를 알겠다. 한·러 경제인들도 감기 조심하라"고 임기응변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편 대통령 특별 연설에 앞서 진행된 세미나에서는 러시아 기업들의 '한국 기업 러브콜'도 있었다. 러시아 최대 민간 석유기업인 루코일은 이 자리에서 한국 자동차 제조업체에 윤활유를 납품하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막심 돈데 루코일사 대표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의 엔진오일 규격 테스트를 받았고 ISO9001인증을 받는 등 세계적인 품질을 장담한다"고 자신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