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적립식펀드에 대한 세제혜택을 검토해 볼 수 있으며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투자정보를 전달하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펀드 공시, 투자자교육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해외자산 운용역량 강화를 위해 금융전문인력을 양성하고 해외 우수인력을 유치하는 한편 해외 운용사에 대한 전략적 인수합병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국내 및 해외 포트폴리오투자 행태 변화 및 시사점' 보고서를 내놓은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사진)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인구구조 변화 흐름에 맞춰 중장기 해외적립식 펀드를 활성화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방안을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 2000년대 전 세계 40개국 내외의 주요국 주식투자 자료를 이용해 연령구성에 따라 해외투자 비중의 변화를 실증 분석한 박 연구위원은 인구구조 변화의 영향으로 향후 해외주식 비중이 현재보다 3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인구구조의 변화로 해외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할 경우 우리 금융시장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연구위원은 "앞으로의 해외주식투자 확대 가능성에 투자자, 금융회사, 정부는 각각 미리 준비해야 한다"며 "투자자가 적절한 해외 투자의 필요성을 재인식하고 금융회사가 금융 소비자에게 필요한 금융상품을 제공하며 정부는 원활한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지원하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점검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령화로 소득 발생기와 이를 소비하는 시기 사이에 시차가 커지면 복리의 원리에 따라 소득이 같더라도 저축한 자산을 얼마나 지혜롭게 굴리느냐에 따라 투자소득의 규모와 안정성에 큰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구구조 변화와 투자 행태를 연계한 이번 연구는 중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측면에서 해외투자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시작됐다.
박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해외투자 비중이 아직까지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원화절상압력 완화라는 단기적인 정책 목표보다는 좀 더 중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측면에서 그 필요성을 찾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의 논리적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자국편중(home bias)'이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을 활용했다. '자국편중 현상'은 주요국의 보유금융자산 구성에서 해외금융자산에 비해 자국 금융자산의 보유 비중이 월등하게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자국편중 현상은 거래비용, 정보의 비대칭 등으로 설명될 수 있지만 고령화 등 연령구조의 변화도 증권투자의 자국편중 현상의 동태적 변화를 설명하는 요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위원은 "기존 문헌은 국가별로 다른 요인에 의해 수준이 달라질 수 있는 해외투자 규모를 피설명 변수로 이용한 한계가 있었다"며 "보고서의 공동저자인 금융연구원 이규복 박사의 제안으로 국내 및 해외 주식투자의 상대적 비중을 나타내는 자국편중의 크기를 모형의 피설명변수로 활용함으로써 통제변수의 수를 줄이고도 필요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령화 사회'라는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는 장기금융상품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이 박 연구위원의 지론이다. 그는 "근로소득 형성기와 이를 소비하는 시기 사이에 시차가 커짐에 따라 금융자산의 투자시계가 확대되면서 보험과 연금 등 장기금융상품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에 따라 장기자산운용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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