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공모주식수의 3%에 해당하는 수량을 3개월간 인수하도록 한 '의무 규정'이 오히려 증권사 수익에 보탬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장예비심사 청구일 기준 7월 이후 국내기업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는 공모주식의 3%에 해당하는 수량을 3개월간 의무적으로 인수해야 한다.
3% 물량이 10억원을 넘을 때엔 10억원어치의 주식을 인수한다. 외국기업을 상장할 경우 주관사는 공모주식의 5% 물량과 25억원 중 낮은 금액을 인수해 6개월간 보유해야 한다.
앞서 중국고섬 등 부실기업이 말썽을 일으키면서 상장주관사에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바꾼 것이다.
이에 따라 주관사가 의무적으로 전체 공모물량의 3% 혹은 10억원어치의 주식을 인수하게 된 종목은 내츄철엔도텍(키움증권), 미동전자통신(우리투자증권), 라이온켐텍(하나대투증권) 등 3개 기업이다.
■키움證, '꿩'보다 '알'이 더 크네
규정이 도입될 당시만 해도 증권사 측은 이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는 오히려 '꿩 먹고 알 먹는' 식의 쏠쏠한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이 규정이 첫 적용된 키움증권은 '꿩보다 알이 더 큰' 상황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10월 31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내츄럴엔도텍 상장수수료로 6억3600만원을 받았다.
이에 비해 키움증권이 상장주관사로 의무적으로 인수한 내츄럴엔도텍 주식 1만5900주의 평가액은 13억6581만원(27일 종가)이다. 키움증권 내츄럴엔도텍 공모물량의 3%를 인수하기 위해 6억3600만원을 들인 것을 감안하면 평가차익은 상장수수료보다 9381만원이 더 많은 7억2981만원에 달한다.
내츄럴엔도텍 주가가 공모가 4만원보다 114.75% 높은 8만5900원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은 내츄럴엔도텍을 통해 인수대가 6억3600만원에다 투자수익 7억2981만원까지 모두 13억6581만원을 벌었다. 다만 키움증권이 이 회사 보유지분을 현금화하려면 올 연말(12월 31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하나대투증권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 19일 상장한 라이온켐텍의 상장주관사를 맡았던 하나대투증권은 라이온켐텍 주식 8만주를 인수했다. 전체 공모주식수(296만925주)의 3%에 해당하는 8만8828주를 인수하려면 11억1034만원가량이 드는 탓에 10억원어치인 8만주만 인수한 것이다.
공모물량의 3%가 10억원을 넘어서면 10억원어치만 인수해야 하는 규정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대투증권 입장에선 8만8828주를 인수하는 편이 더 나을 뻔했다. 라이온켐텍 주가가 상장 이후 공모가 1만2500원 대비 48.80%가량 급등하면서 이 회사가 10억원에 인수한 8만주의 가치가 14억8800만원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평가차익은 4억8800만원.
즉, 하나대투증권이 라이온켐텍으로부터 받은 상장수수료 9억2638만원의 52%에 해당하는 금액을 평가차익으로 벌어들인 셈이다. 물론 하나대투증권도 보유지분을 현금화하려면 내년 1월 19일 이후까지 기다려야 한다.
■미동전자통신 공모가 높았나
반면 우리투자증권은 이 규정이 적용된 이후 손실을 보고 있는 유일한 상장주관사다.
미동전자통신 상장주관사를 맡았던 우리투자증권은 상장수수료로 8억원을 받았다. 하지만 미동전자통신이 지난 13일 상장 이후 공모가 대비 29.75% 하락하면서 이 회사 공모물량의 3%에 해당하는 2만9127주를 인수한 우리투자증권도 1억6748만원가량을 손해 보고 있다.
물론 현재로선 처분할 수 없는 주식이긴 하지만 석 달 후에도 미동전자통신이 공모가 2만원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우리투자증권은 상장수수료로 벌어들인 8억원조차 온전히 건질 수 없게 된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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