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가면 지금도 마당 한쪽 우물에 설치돼 있는 수동식 펌프를 간간이 볼 수 있다. 평상시에는 물이 말라 있어 아무리 펌프질을 해도 효과가 없지만 한 바가지 정도의 물을 펌프에 붓고, 작동하면 땅속 지하수를 끌어올릴 수 있다. 이때 펌프에 붓는 물을 순 우리말로 '마중물'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안전관리에도 '마중물'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시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안전촉진제 말이다. 과거 정부주도적인 일방향 안전관리시스템이 아닌, 지역 주민의 안전을 스스로 책임지는 주민주도형 안전시스템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제한된 행정력으로 개개인의 다종다양한 생활안전영역까지 관리하기에는 한계도 있고, 관 중심의 단방향적 안전관리는 지속 가능성이 약하기 때문이다.
안전행정부는 안전과 국민행복을 국정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있는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부터 안전의 마중물로서 '안심마을 가꾸기'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올해 여름 전국 읍·면·동 마을단위 공모과정을 거쳐 지난 9월 초 10개 안심마을 시범지역을 선정한 바 있다. 안정행정부는 특별교부세 지원을 통해 마을 내 우범지역, 교통안전시설 등 취약한 안전인프라 개선을 유도해 나가는 한편, 전문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당 시·군·구는 주민의 안전활동에 필요한 경비 등을 지원한다.
이번 안심마을은 무엇보다도 지역 주민이 주도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사업계획을 주민자치회를 비롯한 지역 주민이 직접 수립해 공모에 응했다는 점이다. 본격적인 주민주도형 안전공동체 가꾸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마을 사정은 동네 주민들이 가장 잘 아는 만큼, 주민들 스스로 현장점검반을 꾸려 동네 구석구석을 돌며 안전 위협요소를 확인했다.
안전개선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주민 워크숍을 개최했고, 안전전문가를 초청해 주민교육도 실시했다.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서로를 독려하기 위해 소그룹도 구성해 매주 간담회도 갖고 있다. 주민들은 이러한 공동체 활동을 바탕으로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다양한 안전활동 프로그램과 안전인프라 개선과제를 발굴했다.
경기도 수원시 송죽동 안심마을 주민들은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해 유치원 및 학원차량 전용 승강장을 지정, 운영하고, 학교별 어머니폴리스를 중심으로 '초등학교 안전지킴이 봉사단'을 운영한다. 아울러 범죄예방을 위해 마을 어른들이 모일 수 있도록 평상을 설치하고, 청소년 비행이 우려되는 공터를 '행복정원'으로 가꾸는 등 범죄예방디자인 기법도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광주광역시 남구 봉선1동 안심마을의 경우 심야시간대까지 개점하는 점포를 '부엉이 가게'로 지정, 누구나 범죄위협 시 긴급피난처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단계적으로 4세 이상 모든 주민에 대해 안전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초등학생 통학로 교통안전 강화를 위해 학교주변 도로에 고원식 교차로, 과속 방지턱, 레드 존(Red Zone) 등을 설치해 차량의 저속 주행을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안전행정부에서는 지속 가능한 안심마을 추진기반을 다지기 위해 각종 공사·공단·산하기관·민간기업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회공헌활동과의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 전기안전공사 등과 협업하여 안심마을 내 취약가구에 대한 가스·전기 안전점검 등을 무료로 실시할 예정이다. 안심마을이 지금은 초기단계지만, 주민의 탄탄한 자발적 참여기반을 중심으로 중앙과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노력, 유관기관의 사회공헌활동과의 연계 등이 잘 버무려져 성공적으로 확산된다면 지역안전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경옥 안전행정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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