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유상호 사장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김문호 기자】"이슬람 금응시장은 성장속도가 가장 빠른 곳 중 하나다. 국내 자본시장이 성장하는 새로운 기회 땅이 될 것이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지난달 29일 "세계적으로 이슬람 금융의 잠재력과 규모, 성장속도가 매우 빠른 상황인 데다 이자 메리트가 상당한 만큼 이슬람 금융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재 유동성(돈)이 넘쳐나는 곳은 중국과 중동 두 곳을 꼽을 수 있다"면서 "자국을 위해서만 돈을 쓰는 중국과 달리 중동은 순수 투자 목적이 많아 중동오일 머니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의 움직임이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 사장은 "특히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채권 발행에 있어 압도적인 수준이며 이슬람 금융의 중심지이기 때문에 오일머니의 집합처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늦기 전에 우리도 장기 자금 조달과 창구 다변화라는 측면에서 이슬람 채권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슬람 금융과 인연을 맺은 것은 92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한국 자본시장의 문이 열린 시기가. 당시 영국에 근무하던 유사장은 런던에 있는 KIO(쿠웨이트 투자진흥청, 쿠웨이트 오일머니 담당)와 친분을 쌓으면서 눈을 떴다. 당시 KIO 힘은 대단했지만 한국은 과세문제 때문에 거래가 전무하다시피 했다. 이슬람 금융의 성장성을 한눈에 알아 본 유사장은 "내가 오일머니, 이슬람 금융거래의 씨앗을 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정부를 설득하고, 국내 시장에 이슬람을 알리는데 발 벗고 뛰었다. 그러나 정부의 반응과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IMF 외환위기는 정부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유 사장은 "런던에서 7년째 근무하고 있을 때 IMF 외환위기가 찾아 왔고, 부랴 부랴 한국정부에 이슬람 금융의 필요성을 다시 알렸다"면서 "이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와 거래도 시작하게 됐도, 이슬람 금융에 대한 관심도 급격히 커지기 시작했다"고 회고 했다.
그러나 그것도 한 때였다. 금융권의 관심은 컸지만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한계에 봉착했다.
유 사장이 다시 이슬람 자본의 전도사로 자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자본시장의 미래와 먹거리가 여기에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 첫 걸음이 이슬람 채권인 수쿠크(Sunkuk)가 될 것으로 유사장은 내다봤다. 수쿠크는 이자가 지급되는 채권을 금지하는 이슬람 금융법에 맞춘 것으로 이자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대신 채권 소유로 발생하는 이득을 지분에 맞춰 부동산 등으로 지급하는 상품이다. 국내에선 2009년 중동 외화 자금 유치를 위해 수쿠크 도입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무산됐다. 그나마 간간히 우리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말레이시아에서 채권을 발행하는 등 이슬람 금융의 명맥을 이었다. 우리가 주춤하는 동안 이웃 일본의 움직임은 두드러졌다. 일본 개별 기업들이 중동지역에서 이슬람 금융 기법을 활용해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일이 크게 늘었으며 일본 은행이나 증권사들도 이슬람 금융 기법이 적용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진출하고 있다.
유 사장은 "이집트, 사우디 등의 이슬람 부호들이 쟈스민 혁명 등으로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두바이나 아부다비쪽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으며 이 오일머니들이 말레이시아에서 채권의 형태로 투자되고 있다"면서 "수쿠크가 이슬람 금융의 상징인 만큼 이를 받아들인다면 이슬람 자금의 국내 기업 지분 투자, 국내 금융사들의 현지 진출 등 이슬람 금융전반에 대한 사업도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슬람 금융이 도입되면 개별 증권사의 수익 창출은 물론 장기 플랜트 기간 공사나 금융기법 선진화 등 국가적인 롱텀(장기) 자금 조달에 소스가 될 수 있다"면서 "이슬람 금융에 대한 정부와 기업, 금융업계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금융회사들에게 이슬람이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투자은행(IB)와 홀세일에 강점을 간조 있는 말레이시아의 추진력과 개방에 대해서도 배워야할 점이 많다"고 밀했다.
유 사장은 "정부가 침체된 자본시장을 살리고, 선진 금융시스템을 만들겠다면서 잇달아 내놓은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은 규제 완화측면에서 반가운 일이다"면서 "국민연금 등과 같은 기관들이 좀더 귀 기울이고 관심을 갖는다면 자본시장이 한단계 성숙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유 사장은 "내년 국내 증시가 상고하저의 형태로 거래량이 급속히 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올해 강세였던 프라임브러커리지서비스와 장외파생상품,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주력해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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