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멈춰선 한국·분주한 미국..현대차 공장 극과극

멈춰선 한국·분주한 미국..현대차 공장 극과극
▲ 현대자동차 국내와 해외 공장 간 생산성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울산공장에 거액을 들여 증산설비를 구축했지만 노조에 발목이 잡혀 활용조차 못하고 있다. 반면 해외공장의 경우 효율성 강화를 위한 투자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생산라인이 정지해 있는 현대차 울산공장(윗쪽)과 근로자들이 분주히 작업에 임하는 현대차 조지아공장.

현대자동차 국내와 해외 공장 간 생산성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자동차 1대 만드는 데 투입되는 근로시간을 뜻하는 HPV 생산성지수의 경우 현대차 미국 공장은 14.4시간, 국내 공장은 28.4시간으로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현대차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울산공장에 거액을 들여 증산설비를 구축했지만 이마저도 노조에 발목이 잡혀 제대로 활용조차 못하고 있다. 국내 공장 생산성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해외공장의 경우 효율성 강화를 위한 투자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생산성은 보다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美 앨라배마 공장에 추가 투자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 현대차 앨라배마공장(HMMA)에 700만달러(약 75억원)를 추가로 투자키로 결정했다.

이번 투자는 생산능력을 강화하고 공장 효율성을 더 높이기 위한 것. 세부적으로 로봇을 사용해 조립라인에 부품 및 키트를 전달하는 자동화 설비 구축 등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로 북미 35개 공장 중 생산성 1위인 현대차 앨라배마공장은 날개를 단 셈이다.

쏘나타와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를 생산하고 있는 현대차 앨라배마공장은 지난 2005년부터 가동에 들어가 2010년 한 차례 증설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3교대제 전환을 통해 연간 36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췄다.

현대차 앨라배마공장은 3교대 전환을 통해 쏘나타·앨란트라 월간 최다 생산 기록을 세 차례나 경신했다. 이처럼 교대제를 쉽게 바꿀 수 있었던 것은 근무시간 감소로 임금이 줄었지만 근로자들이 흔쾌히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앨라배마공장 정규직 3100여명 중 본사에서 파견한 한국 국적의 주재원은 48명에 불과하지만 생산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편성효율은 앨라배마공장이 92.7%로 한국 공장의 효율을 압도한다"고 전했다.

멈춰선 한국·분주한 미국..현대차 공장 극과극

■증설하고도 가동 못하는 울산

해외공장의 추가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과 달리 국내 공장은 차량증산설비를 구축해 두고도 노조의 반대에 발목이 잡혀 5개월째 활용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공장의 낮은 생산성은 공장가동의 의미를 살릴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현대차는 울산4공장에서 생산하는 맥스크루즈와 그랜드스타렉스의 주문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지난 7월까지 1000억원을 투입해 시간당 40대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했다. 시간당 생산대수(UPH)를 현행 32대에서 38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설비 증축을 마치고 지난 7월부터 해당 공장 노조 측인 4공장 사업부위원회에 증산 협의를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현대차 단체협약에 따르면 증산을 하기 위해서는 노조와 반드시 합의하도록 명시돼 있다.

하지만 4공장 노조는 대의원을 대상으로 한 회사 측의 설명회 요구조차 거부하는 등 지금까지 한 차례도 회사의 협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협상에 응할 경우 오는 10일로 예정된 대의원 선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노조집행부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맥스크루즈와 그랜드스타렉스는 공급난으로 신규 계약이 어려운 건 물론이고 기존 출고계약분조차 공급 지연으로 계약해지율이 각각 30%와 2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계약 후 출고까지 소요되는 시간도 맥스크루즈는 2.6개월, 그랜드스타렉스는 4.2개월로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보다못한 현대차 윤갑한 울산공장장(사장)은 지난 2일 사내 신문 '열린광장'에 기고문을 통해 "얼마 전 울산공장 직원 수십명이 체코공장에서 현장체험 연수를 했는데 작업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그곳 20대 여직원이 도와준 사실이 있다"며 현대차 국내외 공장의 맏형격인 울산공장에 만연해 있는 근로자들의 방만한 작업 태도를 꼬집었다.

ironman17@fnnews.com 김병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