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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라이프,노벨문학상 탄 먼로가 털어놓는 ‘나’

디어 라이프,노벨문학상 탄 먼로가 털어놓는 ‘나’

어린 시절 나는 길게 뻗은 길 끝에서 살았다. 이 문장으로 시작하는 단편 '디어 라이프'에 사건이 없는 건 아니다. 어느 아름다운 가을날 네터필드 노부인의 느닷없는 침입으로, 잔디가 새로 자란 조그만 땅에 내놓은 유모차에서 잠을 자던 아기와 그 어머니가 겪게 되는 소동이 사건에 속한다.

아기는 바로 작가 자신인 앨리스 먼로다. 그는 훗날 이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된다.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그 마을에서 사라진 네터필드 부인. 그의 딸이 그 마을 지역신문에 기고한 시를 통해서다. 내 어머니는 그날 왜 그랬을까. 작가는 묻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결혼 후 도시로 옮겨간 작가는 어머니의 장례식에 가보지도 못했다. 갈 경비가 없었고, 의례적인 행동을 경멸한 남편 탓이었다고 하지만 작가의 생각 역시 남편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가의 마지막 문장 "하지만 우리는 용서한다.
언제나 그런다"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디어 라이프'는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캐나다 출신 앨리스 먼로가 14편의 단편을 묶어 지난해 펴낸 그의 최신작이다. 작가의 어린 시절을 회고하면 쓴 표제작 '디어 라이프'를 포함해 지난해 오헨리상 수상작 '코리' 등이 실려 있다. 일상의 소소함을 그리면서도 비범한 통찰력을 발휘하는 82세 현대 단편소설 거장의 시선이 잡힐 듯, 보일 듯 읽는 이의 마음을 맴돈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