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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사, 내년 분양 ‘시장에게 물어봐’

한해 사업규모를 가늠하는 연간(2014년) 분양계획이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강남 재건축단지 분양인기로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이 잇따라 공급일정을 잡는 등 기지개를 켜면서 내년 분양예정물량이 올해 공급규모의 최대 6배로 치솟은 업체도 있다. 그러나 지방을 포함한 재개발.재건축사업의 비중이 높아 조합원 물량 등을 제외하면 실제 일반에게 공급되는 물량은 올해와 비교해 크게 늘어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또 대대수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분양사업 자체가 유동적이어서 업계 전반적으로 성장성과 수익성 정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형 건설사들도 내년초 최고경영자(CEO) 사업보고를 앞두고 막바지 사업계획 검토에 나서고 있지만 업체별로 많게는 4000가구 이상을 시장상황에 따라 분양시기가 달라질 것으로 내다보는 등 똑 부러지게 방향타를 잡지 못하고 있다. 내년을 업계의 최대 고비로 보고 밀어내기식 분양을 통한 외형성장보다는 선택과 집중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데 역점을 두면서 구체적인 내년 사업계획 확정이 늦어지는 분위기다.

■10대 건설사, 분양물량 늘지만...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 순위 10대 대형건설사들의 내년 분양예정물량은 약 9만가구로 올해 분양실적 7만5172가구에 비해 20%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표류하던 수도권과 지방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장들을 내년 분양예정물량에 대거 포함시키면서 전체 물량이 늘어났다. 올해 오피스텔 496실을 포함해 1865가구를 공급한 현대건설의 경우 내년에 아파트 1만1000여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이중 4000가구이상이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물량으로 그만큼 내년 분양예정물량 가운데 도시정비사업 공급 비중이 높은 셈이다.

GS건설 역시 그동안 업황 부진으로 미뤘던 재개발,재건축사업에 속도를 붙으면서 내년 공급물량을 1만2000여가구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분양실적 3837가구와 비교하면 3배가 넘는 규모다. 한화건설도 서울 성북 정릉동 재개발과 노원구 중계동·경남 창원 가음동 재건축 사업 등을 재추진키로 하면서 올해 1199가구에서 내년에는 5500여가구로 5배가까이 급증했다.

이에 비해 삼성물산(내년 1만가구 내외), 대우건설(2만가구 내외), 포스코건설(7000가구 내외) 등은 올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약 7000∼9000가구 정도로 내다봤지만 이중 최대 4000가구는 분양시기가 유동적이다. 대림산업(7680가구), 현대산업개발(7000가구내외)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고 SK건설은 내년 분양예정물량이 2588가구로 올해 5217가구의 절반수준이다. 이들 10대 건설사의 사업계획은 이르면 다음주, 늦어도 내년초에는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공급물량 줄이는 업체 늘어날 것

한라(옛 한라건설)와 동부건설은 상황에 따라 내년에 신규분양이 없는 한해를 보낼 수도 있다. 한라 관계자는 "내년에 배곧신도시에 서울대 시흥국제캠퍼스 유치가 성공하면 해당부지 인근에서 분양에 나설 예정"이라며 "협의 결과에 따라 분양 유무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구체적으로 내년에 분양계획이 잡혀 있는 곳은 없다"고 덧붙였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내년에 유일하게 분양을 검토중인 김포풍무 2차 분양은 구체적인 공급시기가 결정 안됐다"며 "현 추세라면 내년에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했다.


전반적으로 업계에서는 내년을 최대 고비로 보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수도권 지역 재개발.재건축사업이 내년에 한꺼번에 몰리는 양상을 띄면서 상대적으로 수익성 저하와 미분양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 세제혜택이 이달말 종료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 등 핵심법안 처리는 불투명한데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 대내외 변수는 부동산시장에 비우호적이어서 내년이 가장 큰 고비가 될 것"이라며 "시장상황에 따라 분양물량을 크게 줄이거나 아예 공급하지 않는 업체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