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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 ‘年 수입 100만원’ 안인역 인건비는 6억7천만원

[철도파업] ‘年 수입 100만원’ 안인역 인건비는 6억7천만원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대변하는 말은 귀족노조와 더불어 '철도 마피아'다. 높은 인건비 구조는 물론 방만한 인력운영을 바탕으로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노조의 행태는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 같은 고비용·저효율 사례는 특히 지방 역무시설 운영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시골 간이역의 경우 하루 평균 이용객과 상주하는 코레일 직원 숫자가 비슷한 곳도 수두룩하다. 또 일부는 간이역을 이용하는 승객보다 코레일 직원이 더 많은 경우도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9일 "수도권을 조금만 벗어나 시골의 간이역만 가보더라도 코레일의 방만경영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다"며 "승무원 인건비가 역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의 수백배에 달하는 곳도 있다"고 지적했다.

■간이역은 승객보다 역무원이 더 많아

국토부 등에 따르면 영동선 안인역의 경우 연간 수입액이 고작 100만원이지만 이곳에는 역장 1명, 부역장 2명, 역무원 7명 등 총 10명이 근무하고 있다. 연 100만원을 벌면서 이들 직원은 인건비로만 6억7000만원을 썼다. 또 태백선 쌍용역의 경우 역장 1명, 부역장 3명, 역무원 13명이 근무하면서 연간 인건비 11억3900만원을 쓰고 있지만 한 해 벌어들이는 수입은 1400만원이 전부다. 또 진해역은 하루 이용객이 4명에 불과하지만 역무원은 하루 이용객보다 많은 7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 간이역은 기차가 정차하는 횟수가 하루 10회도 안 된다. 이 때문에 코레일은 무인역을 확대하거나 자동화설비를 도입하려 해도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손도 못 대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노선은 대부분 보조금지급노선(PSO)으로,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국가가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해 철도운송사업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노선이다. 코레일이 국민세금이 직접 지원되는 상황을 감안해 최대한으로 인건비 등 비용절감을 해야 하는데도 해마다 오히려 비용이 더 증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들 간이역에 근무하는 인력을 비롯해 지방인력을 순환 전보조치를 하려 해도 노사협약사항으로 노조 측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어 사실상 전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지방 역무원의 경우 거의 지역의 토착세력화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체 인력으로 충돌사고도"

이처럼 상식을 벗어나는 인력 운용이 이뤄지고 있는데도 수년째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철도노조가 경영진을 뛰어넘는 무소불위의 힘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노조의 이 같은 '마피아식' 행태의 대표적인 예는 지난 8월 대구역에서 발생한 KTX열차와 무궁화호 열차 간 충돌사고를 들 수 있다.

지난 8월 31일 토요일 발생한 이 사건은 코레일 경영진이 승무인력과 역무인력 간 순환근무를 위해 전보를 내자 노조가 이를 거부하면서 발생한 사고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 경영진이 승무인력을 역무인력으로, 역무인력을 승무인력으로 전보하자 노조가 부당행위라며 즉각 소송을 냈다. 그러나 결국 소송에서 사측이 승소하자 노조가 휴일근무와 초과근무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코레일 측에서 급하게 대체인력을 투입해 운영하던 차에 대체 투입 인력이 신호를 잘못 판단하면서 3중추돌의 대형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다행히 빈 열차여서 인명피해가 없어 다행이었지만 만일 승객이 가득한 열차가 충돌했다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2009년 허준영 사장 이전에는 노조에서 인사안을 짜오면 경영진이 인사를 내는 시스템이었을 만큼 코레일에서 노조의 힘은 무소불위 그 자체"라며 "지금도 노조가 인사에 개입하고 있어 파업에 참가 중인 노조원들이 복귀를 머뭇거리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녀 계약직 채용후 정직원 특채도

현재 코레일 인력은 2012년 말 기준 2만8779명으로 공기업 중 단연 최대규모다. 이는 국내 최대 공기업으로 꼽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6520명(2012년 말 기준)이나 한국전력공사의 1만9270명보다 월등히 많은 수준이다. 하지만 2012년 기준 코레일 직원들의 1인당 매출액은 1억2300만원으로, LH(17억3700만원)나 인천국제공항공사(15억1300만원)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로 인해 해당 기관의 생산성을 판단하는 기준인 매출액 대비 인건비는 코레일이 49.9%(2012년 기준)에 달하고 있다. LH나 한국수자원공사는 매출액 대비 인건비가 각각 2.7%와 4.8%인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방만한 인력을 운영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코레일은 그러나 이처럼 방대한 인력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대학생 공채를 비롯한 청년고용은 거의 하지 않았다. 2009년까지 10명도 채 안되던 신규고용은 노조와 극한 대립을 빚었던 허준영 사장이 취임한 직후인 2010년부터 100명을 넘기며 시작됐다.
이처럼 신규 고용이 적었던 이유는 그동안 암묵적으로 세습고용도 이뤄졌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코레일은 그동안 근무 중 사망한 직원의 자녀들을 우선채용하는 방식으로 운용해왔지만 2010년 이후 폐지한 상태다. 하지만 10여년 전에는 코레일 직원이 퇴직을 앞두고 자신의 자녀를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이후 퇴직하면서 정식직원으로 채용시키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