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아시아 남자 프로골프 대항전이 내년부터 2개가 치러지게 되므로써 양대회 주관 단체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유럽프로골프(EPGA)투어와 아시안투어는 최근 새로운 대륙간 골프 대항전인 유라시아컵을 내년 3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06년부터 매년 12월에 열리고 있는 기존 로얄트로피 대회와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기존 로얄트로피는 유럽의 골프 영웅인 고(故) 세베 바예스테로스가 미국과 유럽의 골프대항전인 라이더컵을 본떠 창설을 주도한 대회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 22일 중국 광저우의 드래건레이크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대회서 단장으로서 유럽팀의 역전승을 이끈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스페인)은 일정 조율을 요청했다. 하지만 유라시아컵 창설의 한 축인 EPGA투어는 냉담한 반응을 나타냈다. EPGA투어의 조지 오그레이디 이사는 29일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유라시아컵과 로열트로피는 근본적으로 다른 대회"라는 말로 올라사발의 제안을 거절했다.
오그레이디는 한술 더떠 로얄트로피를 이벤트성 대회로 격하하는 듯한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그는 "유라시아컵은 유럽투어와 아시아투어가 공인하는 유일한 공식 골프대항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말해 올해로 7년째 대회를 치른 로얄트로피는 비공식대회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 실제로 아시아와 유럽을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출전해 대륙의 명예를 걸고 경쟁을 펼친 로얄트로피 대회는 아시아의 영화 배급사인 '엔터테인먼트 그룹'이 주관하고 있다.
그러자 이번에는 엔터테인먼트 그룹이 입장 표명에 나섰다.
엔터테인먼트 그룹의 한 관계자는 "로얄트로피는 세베가 설립을 주창한 대회"라며 "그만큼 정통성이 있는 대회이기 때문에 유라시아컵 신설과 상관없이 대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유라시아컵과 로열트로피 대회의 성공 여부는 어느 대회가 스타 플레이어를 더 많이 출전시켜 골프팬들의 관심을 끄느냐로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출신으로는 양용은(41·KB금융그룹)이 올해 대회 아시아팀 단장을 맡는 등 로얄트로피 대회 흥행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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