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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성 디자이너 “빅뱅 지드래곤이 탐내는 한복 만들고 싶었죠”

이두성 디자이너 “빅뱅 지드래곤이 탐내는 한복 만들고 싶었죠”



낮고 조용한 목소리에 담백한 눈빛이 인상적인 이두성 디자이너.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그는 남성 한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한국적 멋 부리기'로 '제 31회 대한민국 패션대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드라마틱한 인생역전을 이뤘다.

안경광학도, 패션 디자인의 매력에 빠져들다

이두성 디자이너의 이력은 흥미롭다. 대학에서 안경광학을 전공했던 그는 사실 패션디자인 분야에 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군대 다녀온 후에 안경 쪽 일을 했는데, 디자인에 대한 생각보다는 상품 파는데 집중했어요. 그러다 일본인 안경 디자이너가 가게에 찾아왔는데, 사장이 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 다른 거예요. 당시 그 디자이너가 지금 제 나이쯤 돼 보였는데, 프리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모습을 보니까 부러웠어요. 전 그때 안경을 닦고 있었거든요. 그때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이두성 디자이너 “빅뱅 지드래곤이 탐내는 한복 만들고 싶었죠”



패션에 관심을 가진 후 무작정 옷을 만드는 학원에 등록한 그는 디자인에 대한 정의를 다시 세우게 됐다. '재봉질보다 중요한 건 컨셉을 풀어가는 과정'임을 배웠다는 그는 SADI(삼성 디자인 스쿨)에 입학해 본격적인 디자인 공부를 시작했다. 뒤늦게 뛰어든 패션 분야에서 회의와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여러 가지 공모전에 도전하면서 희열과 재미를 느꼈다고.

"처음 도전한 것이 'AOF'라는 미국공모전이에요. 미국의 사회적 이슈인 무슬림 테러리스트를 테마로 했는데, 운이 좋게도 파이널까지 갔죠. 텐트를 차용한 패션으로 일본 공모전에서도 파이널까지 간 적이 있어요. 와이어가 있는 텐트 구조를 남성복 디자인에 적용했는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얼떨결에 나간 패션대전, '대통령상' 수상

이처럼 이두성 디자이너는 패션 분야로 방향을 선회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각종 공모전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될 성 부른 나무'임을 증명했다. 그러던 중 그는 작년 11월에 열린 대한민국 패션대전에서 대상을 거머쥐며 마침내 '대박'을 터뜨렸다. 그러나 사실 이 대회는 애초에 출전을 생각지도 않았던 대회였다.

"작년 초 여러 가지 문제로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냈어요. 그러다 패션대전 접수 마감일에 교수님을 뵙게 됐는데, 놀면 뭐하냐며 패션대전에 지원해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접수 마지막 날 부랴부랴 지원하게 됐죠. 보통은 졸업작품전시회를 하면서 패션대전을 준비하니까 저도 내년에 도전하려고 했는데, 교수님 말씀 덕에 '해보자'는 생각이 든 거예요. 대회 참가 후에도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옷 만드는 과정이 길어서 힘들었는데, 교수님께서 시간절약 노하우를 알려주셨죠."

이두성 디자이너 “빅뱅 지드래곤이 탐내는 한복 만들고 싶었죠”



패션대전의 주제가 '코리아리즘'이었던 것은 이두성에게 행운과도 같았다. 원래 한복을 좋아해서 학교 다닐 때도 종종 입고 등교했다는 그는 남성 한복에 스트릿적인 요소를 가미시켜 '한국적 멋 부리기'라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너무 한국적인 것보다는 재밌게 하고 싶었어요. 제가 빅뱅의 지드래곤과 태양을 좋아하는데, 그런 친구들이 입으면 잘 어울릴 옷을 만들어보고 싶었죠. 그러다보니 남성 한복을 스트릿적으로 풀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침 한복을 복원하시는 분을 뵙게 돼 직접 입어 보면서 디테일을 확인했는데, 한복의 다양하고 큰 실루엣과 형태가 너무 멋있었어요. 특히 날개처럼 달린 '무'가 눈에 띄었죠. 거기에 블랙 컬러와 피어싱 등 스트릿 감성을 더하고 레이어링해서 디자인한 것이 '한국적 멋 부리기'라는 작품이에요."

경력이 적음에도 수상을 할 수 있었던 이유로 그는 겸손하게 '운'과 '타이밍'을 꼽았지만, 사실은 다양한 경험과 치열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중학교 때부터 춤추는 걸 좋아했어요. 스케이트보드나 스노보드처럼 스트릿 문화를 좋아했고 스트릿 브랜드도 좋아했는데, 다행히 지금의 트렌드와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지금 공부하는 SADI에서도 저처럼 패션에 늦게 뛰어든 분들이 많은데, 비록 다른 분야에 있었다고 해도 그 전의 시간들이 다 연결되는 것 같아요. 보고 들었던 것들이 결국엔 디자인으로 다 풀어지는 거죠."

남성패션, 사랑하는 이를 위해 '보조'가 돼라

그렇다면 이두성 디자이너는 평소에 어떤 옷을 입을까? 그는 "막 입는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굳이 제한을 안 두는 편이에요.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일부러 다 입어보곤 하죠. 매장에 가서 여자 치마도 입어보고, 한복도 입고. 학교 다닐 때도 치마를 자주 입었어요. 원래 컬러풀한 디자인도 좋아하는데, 요즘은 밤 샐 일이 많아서 블랙만 입어요. 오늘 입고 내일 또 입어도 티가 안 나잖아요."

이두성 디자이너 “빅뱅 지드래곤이 탐내는 한복 만들고 싶었죠”



최근 남성들의 패션이 점점 다양해지고,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 같다고 진단한 이두성은 거리 위 남성들을 위한 코디 팁을 전했다.

"너무 많은 컬러는 자제하는 것이 나은 것 같아요. 컬러매치는 정말 어려운 것 중 하나니까요. 와인 코트에 카키색 바지, 카멜색 운동화는 좀 튀잖아요? 대신 블랙코트나 니트에 화이트셔츠 등을 깔끔하게 받쳐 입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특히 데이트를 할 때는 보조가 된다는 생각으로, 나는 죽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튀게 만들어주는 게 멋지다고 생각해요. 무채색 컬러만으로는 심심하다면 반지나 팔찌 등 액세서리를 매치해 작은 포인트를 주면 좋겠죠."

장난스러움과 진지함을 오가는 모습 속에서 정형화되지 않은 자유로움을 엿볼 수 있었던 이두성 디자이너는 프랑스 패션전문학교 '파리에스모드'에서의 유학을 앞두고 있다. 패션대전 수상자에게 주어진 유학 기회는 그의 인생에 또 다른 전환점이 돼줄 수 있을 터.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씨앗처럼 보이는 그가 향후 어떤 모습으로 싹을 틔우고 패션계에 큰 잎을 드리우게 될지 기대된다.

/lifestyle@fnnews.com 김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