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작가 허버트 R 로트먼의 끈질긴 취재와 연구에 따르면 생전 자신은 프랑스인이라고 주장한 알베르 카뮈의 말은 증거 불충분이다. 오히려 부모의 계통을 다 따져봤을 때 어딜 봐도 카뮈는 알제리인이었다는 게 작가의 결론이었다. 알제리 극빈층에서 태어나 가난에 찌든 유년시절을 보냈으면서도 카뮈가 그토록 아름다운 글을 잉태할 수 있었던 바탕은 무엇이었을까.
매력적인 외모로 파리 문화예술계, 사교계 여인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고, 논쟁적 주제로 프랑스 문단을 뒤흔들었던 카뮈의 삶은 그의 문학적 외양만큼이나 부조리하다. 마흔넷에 노벨문학상을 거머쥐었지만, 마흔여섯에 자동차 사고로 비운의 생을 마감한 카뮈의 흔적을 찾는 일부터 김병종의 '화첩기행5'는 시작한다.
'화첩기행' 3권, '김병종의 모노레터',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에 이어 6년 만의 신작인 이번 기행문은 '북아프리카 사막 위로 쏟아지는 찬란한 별빛'을 한가득 담고 있다. 카뮈의 소설 '이방인' 속 뫼르소의 방아쇠를 당기게 했던 알레 해변은 그 누구도 뫼르소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저자는 직접 확인한다. 알제리의 독립을 끝까지 반대하면서도 알제리 노동자들에게 애정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카뮈가 어린시절 뛰어다녔을 빈민가 카스바 골목에서도 생각이 멈춘다.
소설 '어린왕자'를 남겨두고 어느 순간 행방불명된 생텍쥐페리의 마지막 숨결이 느껴지는 사하라 사막, 앙드레 지드·모파상·파울 클레 등 수많은 예술가의 사랑방이었던 튀니지의 카페 데나트 등의 순례도 이어진다. 북아프리카의 빛나는 풍광과 고단한 삶까지 담은 이 책은 색의 이미지도 강렬하다. 만지면 부서질 것 같은 눈앞의 아름다움이 저자인 화가의 색으로, 글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최진숙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