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 우리나라 자동차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눈이 많이 내리는 나라 중 하나인 러시아에서 고장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다. 이에 국내 자동차 기업은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당시 기업뿐 아니라 학계까지도 그 원인에 대해 분석 중이다. 그러나 이렇다 할 결과를 도출해내지 못해 글로벌 기업까지 합세했다.
이들이 4~8년 동안 원인에 대한 연구를 하던 중 자동차 부품 소재 업체 '코프라'에까지 연구 제안이 왔다. 중소기업인 이 회사는 1년 만에 해답을 찾아냈다. 원인은 바로 눈이 많이 오는 추운 나라에서 쓰이던 염화칼슘계 제설제에 있었다. 눈을 녹이는 데 사용되던 염화칼륨 제설제가 차량으로 들어가면서 부품(라디에이터 탱크)을 부식시켜 부동액이 새는 일이 종종 발생했던 것이다.
코프라는 이 같은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소재인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용 폴리머 소재를 개발, 미국 등 세계 무대로 진출하고 있다.
EP는 금속만큼 강하지만 가볍다는 장점이 있다. 자동차 소재로 쓰일 경우 차가 가벼워져 연비까지 아낄 수 있는 경제성이 있다. 코프라는 장영실상을 수상하고 현대·기아차 전 차종에 EP를 적용시킬 수 있도록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다. 지난 2012년 기준 매출액은 900억원을 기록했다.
■대기업 등 250여개 고객사 확보
1997년 설립된 코프라는 엔지니어링플라스틱용 폴리머 소재를 2003년 개발했다.
그 이후 5년 만에 한라공조, 두원공조 등 250여개 고객사와 거래를 했다. 자동차 부품 중 가장 높은 신뢰성을 요구하는 엔진 관련 부품에 특화돼 있어 매출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던 것. 그중 일등공신은 '장섬유 강화복합소재(LFRT)'다.
LFRT는 단섬유보다 강도가 두 배 이상 높다. LFRT는 현대·기아차의 에쿠스와 K9 등 대형 세단에까지 적용됐다. 특히 이 소재는 무거운 금속을 대체하는 경량화로 우주선, 항공기, 자동차 등 전 산업 분야에 적용이 가능해 꿈의 소재로 불린다. 금속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탄소섬유보다 내충격성과 인성이 떨어지지만 가격 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LFRT의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연평균 12.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시장은 연 25%씩 성장하고 있다. 코프라는 국내 시장점유율을 35%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재 고객사와 함께 신규 개발하고 있는 부품도 40여종에 달한다.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
코프라는 지난해 11월 미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한상용 코프라 대표이사는 "미국 공장을 완공하고 현지 주요 완성차 기업들을 대상으로 신규 거래처를 확보할 것"이라며 "코프라를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소재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GM, 포드 등이 차량 경량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코프라의 경량화 소재 개발능력을 인정하고 있어 미국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 이 회사는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 조지아주에 공장을 짓고 있는 중이다. 미국에 진출한 이유는 현대·기아차 미국 공장에 직접 공급을 하기 위함도 있지만 세계 주요 완성차 기업을 상대로 거래처를 확대하기 위한 방편도 필요했다.
올해 말까지 주력 제품인 폴리프로필렌(PP), 폴리아미드(PA), LFRT 설비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로써 오는 2015년에는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때 매출액은 2000만달러로 예상하고 있으며 2018년까지 5800만달러로 확대한다는 것이 목표다.
happyny777@fnnews.com 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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